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에 처한 국내 기업들에게 인도네시아가 새로운 활로가 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인구 규모에서 세계 4위(약 2억7,000만명)인 인도네시아의 경우 급증세인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감안할 때 외국인에게 까다로운 진입장벽만 돌파한다면 현지에서의 신시장 개척도 가능하다는 진단에서다.
1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코로나 시기 성공적인 인도네시아 진출 전략’을 주제로 열린 제3회 경영포럼 행사에선 인도네시아 진출을 위해 투자환경과 진출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번 행사는 한-인도네시아 경영학회(KIMA)와 한국일보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후원한 이번 포럼에선 국내 기업 최초로 인도네시아에 의약품 생산공장을 설립한 제약기업 대웅제약의 투자 노하우와 함께 인도네시아 투자청 관계자가 직접 나와 현지 투자전략을 조언했다. 김기찬 KIMA 회장은 환영사에서 “국내 기업들이 가야 할 길과 방향은 다양하겠지만 이제는 인도네시아로 향해야 할 시점”이라며 “인도네시아는 우리나라가 동반성장 할 수 있는 기회의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박현진 대웅제약 글로벌사업본부장은 인도네시아 의약품 산업의 향후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사업 진출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현지 합작법인 설립 필요성을 제시했다. 박 본부장은 “인도네시아 건강보험공단(BPJS)이 모든 국민에게 의료보험을 제공하는 한국의 시스템을 벤치마킹 해 인도네시아의 국가의료보험체계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의료범위가 확대되고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의약품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8년 인도네시아의 전국민건강보험(UHC) 달성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개발연구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함께 건강보험 정책자문사업을 수행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내 의약품 시장에 국내 기업들의 진출은 여전히 어려운 구조다. 이에 대한 해법이 현지 로컬기업과의 합작이란 게 박 본부장의 조언이다. 박 본부장은 “인도네시아의 외국인 투자 제한으로 현지 법인 설립 시 외국인 지분 취득을 절반도 허용하지 않아 현지 기업과 합작법인을 만들지 않으면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며 “특히 현지 공장 설립 등을 위한 정부의 허가 과정이 짧게는 5년, 길면 10년까지도 걸리는데 현지기업과 합작하는 방식으로 현지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허가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전했했다. 기업의 사회공헌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소개했다. 외국 기업이 아닌 현지에 뿌리내린 기업으로 인정받을 때 인도네시아 정부의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본부장은 “대웅제약은 인도네시아를 바이오 헬스케어 기지로 삼겠다고 약속했다”며 “이에 따라 현지 대학들의 많은 인재들을 고용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을 인도네시아 정부가 높게 인정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화상회의 연결을 통해 강연에 나선 인도네시아 투자청의 알마 카르마 국장은 ‘옴니버스 법’ 통과로 외국기업의 인도네시아 투자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옴니버스 법은 인도네시아 의회에서 노동법 등 70여개 법률을 일괄 수정하기 위해 올 10월 통과시킨 법안으로 ‘일자리 창출법’이라 불린다. 1,187쪽 분량의 옴니버스 법엔 일자리 창출과 투자 유치, 규제개혁을 위한 내용이 담겼다. 카르마 국장은 “지난 5년 동안 한국 기업들의 인도네시아 투자 덕분에 66만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며 “옴니버스 법 통과로 인도네시아 투자를 위한 걸림돌인 주 정부와 지방 정부에서 겹치는 법제, 부패, 과잉 규제, 정부와 단체들 간에 갈등 등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르마 국장은 현재 외국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해 가장 주력하는 부분에 대해선 ‘종합 산업단지 조성’을 꼽았다. 그는 “아세안 내 공장부지 가격을 비교해보면 인도네시아가 비교적 비용이 높은 것으로 나온다”며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수도 자카르타와 국제공항에서 가까운 지역에 종합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현재 114개 산업단지를 구축했으며, 2024년 말까지 추가로 27개 단지를 개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카르마 국장은 “인도네시아 투자청은 외국 투자 유치의 최전선에서 투자 절차를 간소화하고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어나갈 것”이라며 “노동 집약적인 부분은 물론 자동차,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재생에너지, 전자 부문, 식품 등에서 투자자들의 유치를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도와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