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건너 미국에선 내년부터 ‘바이든 시대’가 열린다. 이 소식이 확정된 이번주 초 국내 주식시장의 은행주들이 일제히 급등했다.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인 국내 은행의 대출 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와 은행의 대출 이자가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그룹 산하 경영연구소들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당선인이 승리하면서 국내 대출금리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2조2,000억 달러(약 2,400조원)에 달하는 경기 부양책과 인프라 관련 재정지출 확대가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자극해 미국 국채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국내 시장금리 상승을 점쳤다.
KB경영연구소 역시 “바이든 후보의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국고채 발행 증가, 경기 부양책 시행 등으로 국내외 금리 상승 가능성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이든 후보의 공약에 필요한 재정지출 규모는 내년부터 2024년까지 3조9,000억 달러에 달하지만, 증세를 통한 세수 증가분은 1조4,000억 달러에 그친다. 4년 간 재정적자 규모가 2조5,000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결국 국채 발행으로 충당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미국에서 대규모 국채 발행을 진행하면 공급이 늘어나면서 국채 금리가 오른다(채권 가격 하락). 이 경우 미 국채금리와 상관관계가 높은 우리나라의 국고채 금리에도 상승 압력이 가중된다.
최근 5년간 한국과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 상관계수는 0.786 수준인데, 1에 가까울 수록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의미다.
국채금리는 다른 채권 금리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내 시장금리도 연쇄적으로 오르게 된다. 결국 금융채 6개월물과 5년물 등을 기준으로 삼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이 불가피하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연 0.5%)까지 낮추면서 시중 은행의 대출 금리 역시 1%대까지 낮아졌는데, 다시 오름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대출 금리가 오르는 것은 일차적으론 은행에 ‘호재’다. 은행 수익의 핵심인 순이자마진(NIM)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 등으로 은행의 잠재 부실 위험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자금난을 겪는 차주들의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질 경우 은행에도 부담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최근 은행들은 위험(리스크) 관리에 더욱 고삐를 죄는 분위기다. 그간 대출 한도를 줄이거나 우대금리를 줄이는 간접적 방법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섰지만, 최근에는 주택관련 대출에 적용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을 100%에서 80%로 강화하거나(NH농협은행), 일부 주담대 판매를 한시적으로 중단(하나ㆍ우리은행)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