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은 청계천 노동자들의 노동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50주기다. 그의 희생으로 저임금, 비인간적 대우,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던 산업화 시기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이 사회에 알려졌다. 이후 조금씩이나마 노동권이 신장되고, 임금이 높아진 건 전태일 열사의 희생에 크게 빚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노동 현실은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던 전태일 열사의 유언과는 거리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 2위를 다투는 노동 시간, OECD 평균 2배에 이르는 산업재해 사망자, 10% 안팎의 노조 조직률 등은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에 걸맞지 않게 후진적이다. 노동시장 유연화에 따른 일자리 양극화도 심각한 문제다. 최근 한 노동시민단체의 설문조사에서 정규직 67.7%가 자신의 일자리가 안정적이며 56.5%가 근로조건이 나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반면, 비정규직 66.8%는 일자리가 불안정하고, 46.5%만이 근로조건이 나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건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정보기술 발달에 따라 급증하고 있는 플랫폼 노동자,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220만명에 이르는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 등에 대한 보호대책 강화도 미룰 수 없다.
마침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6일 노동부 출범 이후 현직 장관으로는 처음 전태일 열사의 묘역을 찾았다고 한다. 정부는 전태일 열사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도 추서할 예정이다. 정부 차원의 노력이 형식적 추모에 그쳐서는 안된다. 비정규ㆍ특고노동자 등 취약 노동자들의 노동권 신장, 차별 해소, 사회안전망 강화를 통해 더 이상 제2의 전태일, 제2의 구의역 김군, 제2의 김용균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특고 노동자 등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 등 '전태일 3법' 입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