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국회 세종이전과 관련해 ‘통째로 옮기되,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 7월 국가 균형발전을 목표로 세종 천도(遷都) 카드를 꺼내 든 민주당 지도부가 구체적 실행 계획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 대표의 언급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실린다.
이 대표는 이날 충북 괴산군청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종에 국회의 완전 이전을 목표로 단계적 이전을 추진하겠다”며 “서울은 중장기적으로 동아시아 경제ㆍ금융 문화중심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지난 7월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제안 이후,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행정수도 이전 카드를 이 대표가 다시 뽑아들면서 관련 논의가 불붙을 전망이다.
지난 7월부터 국회 이전 방식을 논의해 온 민주당 행정수도완성추진단도 이달 중 여론 조사 등을 거쳐 이전 규모와 시기를 담은 계획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김 원내대표 발언 이후 발족한 추진단은 그 동안 △국회 전체 이전 △국회의장 집무실 및 본회의장을 제외한 이전 △11개 상임위원회만 이전하는 방안을 놓고 타당성을 검토해 왔다. 현재 세종에는 18개 정부 부처 가운데 기획재정부ㆍ국토교통부ㆍ교육부 등을 포함한 11개 부처가 이전해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완전 이전이 목표지만 현실적 제약 때문에 11개 상임위 이전이 먼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 여론 평가에 따라 추가 스텝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계적 이전 구상은 국회를 한번에 이전할 경우, 이에 대한 반대 여론을 키울 수 있을 뿐 아니라 2004년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 이전은 위헌’ 판결에 배치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일단 최대한 이른 시간에 이를 구체화시킨다는 구상이다. 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날 "내년에 첫 삽을 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력한 대선주자인 이 대표가 직접 의지를 표명한 만큼 대선 레이스에서도 핵심 공약으로 삼고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정권재창출을 기대하는 민주당의 구상대로라면 국회 이전은 다음 정권 초에 마무리될 수도 있다.
다만 행정수도 이전 카드를 둘러싼 당장의 기대효과는 엇갈린다. 여권 내부에서는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민주당에 ‘독배’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수도권 과밀화 해소ㆍ서울 재개발’ 측면에서 꼭 불리한 이슈는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행정수도완성추진단 소속의 한 민주당 의원은 “여의도 빈 자리를 어떻게 바꿀지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면 보궐선거에서 오히려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야당의 반대도 넘어야 할 산이다. 여야는 지난 8월 원내대표간 회동을 갖고 행정수도 이전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균형발전특위 구성에 합의했으나 아직 첫 회의도 열지 못한 상황이다. 행정수도완성추진단장인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은 국가균형 발전에 대해 남의 일처럼 방관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며 “즉각 국회 균형발전특위 구성과 출범을 위한 협의에 응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집값 폭등으로 악화된 여론을 진정시키기 위해 행정수도 이전 카드를 뽑았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