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소송이다. 대통령직을 어떻게든 유지해 보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줄소송’ 형태로 구체화하고 있다. 이미 정권 인수팀을 가동 중인 조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 측의 이런 움직임을 ‘연극’으로 깎아 내리며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트럼프 캠프는 10일(현지시간) 미시간주(州)에서 합법 투표가 입증될 때까지 승자 확정을 미뤄달라는 소송을 내기로 했다. 캠프는 전날에도 올해 대선 최대 승부처 펜실베이니아주에서 개표 결과 승인을 막아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맷 모건 트럼프 캠프 총괄변호사는 “집계에 사기나 불법 투표가 하나도 포함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확실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캠프는 잇단 소송전을 통해 연방대법원의 판단을 받기를 원하고 있다. 공화당이 개표 참관 과정에서 민주당에 비해 불평등한 대우를 받아 불법 선거가 이뤄졌다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시선은 차갑다. 밥 바우어 바이든 캠프 법률고문은 “진짜 소송이 아니라 연극”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이 법률적 이득을 추구하기 보다 내달 14일 예정된 선거인단 투표를 가급적 미뤄보려는 꼼수라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법률 전문가들을 인용해 “법정 공방으로 대선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언했다. 법원은 앞서 트럼프 캠프가 선거 직후 잇따라 제기했던 개표중단 청구와 우편투표 분리 청구도 기각한 바 있다.
트럼프 측은 소송 당위성에 힘을 보탤 조직 전열도 가다듬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그간의 침묵을 깨고 대선 불복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2기 트럼프 행정부로의 순조로운 전환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법 선거 주장에 동조하면서 바이든 당선인 측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우회적인 밝힌 셈이다. 또 연방총무청(GSA)은 여전히 바이든 당선인을 차기 대통령으로 여기지 않고, 정보기관들 역시 당선인에게 일일 보고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대통령 당선인은 현직 대통령과 같은 수준의 정보보고를 받는다.
트럼프 대통령도 칩거를 끝내고 서서히 기지개를 펴고 있다. 그는 11일 재향군인의 날을 맞아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를 참배할 예정이다. 대선 이후 첫 공식 행사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 자신 소유의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적은 있지만, 자신이 대통령임을 드러내는 공무는 자제해 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우편투표 사기 증거는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다. 일간 뉴욕타임스는 “텍사스를 제외한 45개주 선거담당 최고 당국자와 4개주의 공개 의견을 분석한 결과, 투표 의심 행위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심지어 공화당의 아성 텍사스조차 부정선거 논란은 무시할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댄 패트릭 부지사는 이날 선거 부정 신고자에게 최고 100만달러(11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의미 있는 신고가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거액을 내걸었다는 평가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