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월세 지원받는 2030, 소득의 40% 주거비에 쏟아

입력
2020.11.1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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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연희동 원룸에 거주하는 대학생 이모(26)씨는 월세(50만원) 내는 날이 다가오면 잠을 설친다. 각종 아르바이트로 월 100만원 남짓 벌던 그지만, 지난해에는 한때 월세를 석달치 밀리기도 했고, 올해는 코로나19로 학원 강사 일을 몇 달 쉬어 2, 3금융권에서 대출받아 생활하기도 했다. 다행히 지난 9월부터 서울시 청년월세지원 대상자에 선정돼, 월 20만원을 지원받으면서 숨통이 트였다. 그러나 팍팍한 생활의 끝이 보이지 않아 한숨만 쌓인다. 그는 “취업시장이 얼어붙어 졸업까지 늦췄는데, 월세 메우느라 학교 수업은 물론 취업 준비도 힘들다”고 했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로부터 월세지원을 받고 있는 20, 30대 청년들의 월수입은 123만원으로, 이들은 이 중 46만5,000원(월세 41만원, 관리비 5만5,000원)을 월세납부에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의 40%가량을 주거비에 지출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는 서울시가 올해 ‘청년월세지원’ 사업 대상자로 선정한 5,000명(만 19~39세) 중 각종 정보를 등록한 4,997명을 분석한 결과로, 최근 폭등한 부동산 시장과 코로나19 영향을 반영했다는 평가다.

서울시 청년월세지원은 만 19~39세 1인 청년가구에 월 20만원의 월세를 최장 10개월 동안 지원하는 사업이다. 소득 기준에 따라 지원 대상자를 선정하며, 지난 6월 5,000명 모집에 3만4,201명이 지원한 바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첫 사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7배 많은 신청자들이 몰렸다”며 “청년들의 주거비 고통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취약층을 대상으로 한 지원사업인 만큼 생활 여건이 좋은 오피스텔 거주자 비율은 15.0% 수준으로 낮았다. 대신 응답자들 절반 이상(50.7%)이 빌라 등 단독ㆍ다가구 주택에 살았고, 다세대주택 22.4%였다. 고시텔과 비주거용 건물에 살고 있다고 한 응답자도 각각 3.1%, 1.7%였다. 서울시가 이 사업 대상자 모집 당시 지원자 3만4,201명 중 설문에 응답한 2만2,405명으로 확대하면, 지하ㆍ옥탑에 거주하는 비율도 14.6%에 달했다. 주거공간 면적이 24㎡(7.3평) 이하인 경우가 66.2%, 14㎡(4.2평)이하는 13.6%였다. 이들 전체의 월평균 소득은 131만6,000원, 월 주거비는 43만3,000원이었다.

지원자들의 평균 거주기간은 15개월이었다. 그러나 20대의 59.6%, 30대의 37.1%는 거주기간이 1년 미만을 기록했다. 특히 6개월 미만 초단기 거주자 비율도 32.8%나 됐다. 3명 중 1명은 6개월도 못 채우고 이사해야 할 만큼 주거불안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서울시 관계자는 “열악한 환경이나 수입 대비 높은 월세 부담을 배경으로 보고 있다”며 “월세지원 사업이 청년들의 주거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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