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돌아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0일(현지시간) 대통령직 인수 작업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광폭·통합 행보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불복과 인수 방해 '태클'을 돌파해 인수 작업을 차질없이 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바이든 당선인은 영국·프랑스 등 주요 동맹국 정상과 통화하며 트럼프 행정부와 달라질 대외정책 기조를 강조하는 등 차기 대통령으로서의 행보도 과시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전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첫 정상 통화를 한 데 이어 이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미홀 마틴 아일랜드 총리 등과 잇따라 통화했다. 유럽 주요국 정상과의 연쇄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결과 불복으로 인해 인수 절차는 차질을 빚고 있지만 이미 대통령 당선인 행보를 하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읽힌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약화시킨 주요 동맹국과의 관계를 복원하겠다는 바이든 당선인의 공약 실현 차원이기도 하다. 각국 정상들도 그를 차기 대통령으로 대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마크롱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을 포함한 대서양 연안 국가 간 협력 재강화를 논의했다고 미 CNN방송이 전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NATO를 약화시켰던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이미 뒤집기 시작한 셈이다.
또 기후변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테러리즘 대처 등도 논의했다. 당선 후 다자주의 협력으로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들이다. "힘이 아닌 모범을 보여 세계를 이끌겠다"는 7일 승리 선언의 연장선상이기도 하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델라웨어주(州) 윌밍턴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도 "나는 그들(유럽 정상들)에게 '미국이 돌아왔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당선인 측은 외교 행보와 동시에 '기관검토팀' 명단 작성 등 인수 절차 세부 작업도 꼼꼼히 준비하고 있다. 그는 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과 인수 절차 방해에 대해 "솔직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들(트럼프)이 우리가 이겼다는 것을 기꺼이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의 (정권 인수) 계획과 지금부터 내년 1월 20일 (취임식) 사이에 할 수 있는 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고 못박았다.
트럼프 행정부 연방총무청(GSA)이 승리를 인정하지 않는 것과 관련, 바이든 당선인은 "법적 조치를 할 필요성까지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바이든 캠프 측은 전날 소송 등을 통해 GSA 입장을 바꾸겠다는 방침도 내비쳤지만, 바이든 당선인은 시간을 두고 해결하겠다는 여유와 통합 정신을 보인 것이다.
그는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를 인정했다면 우리가 이겼다고 말하고 지금 하는 일을 더 순조롭게 했겠지만, 그렇다고 (승복 선언을 안 했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다"고도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2기 트럼프 행정부로의 순조로운 인수' 발언에 대해서도 "그들의 주장엔 어떤 증거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대통령님, 당신과 대화하기를 고대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승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