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배후부지를 항공기 정비(MRO) 단지로 조성하기 위한 자유무역지대 지정이 추진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혜주로 떠오른 MRO 산업의 주도권 확보(본보 10월8일자 17면)를 위한 잰걸음이다. 하지만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MRO산업을 육성중인 사천시와 경상남도의 반대로 적지 않은 진통도 예상된다.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무총리 주재로 13일 열릴 제3차 무역전략조정회의에서 인천공항 4활주로 북측 165만㎡ 부지를 자유무역지대로 지정하는 안건이 논의된다. 인천공항 인근에는 2005년부터 자유무역지대 지정이 3차례 이뤄져 왔는데, 이번에는 4단계 개발계획에 따라 MRO단지 조성이 추진되는 것이다.
정부는 외국기업 등 MRO 전문 업체를 이 단지에 유치해 국가경제 활성화를 꾀할 방침이다. 이미 주변에 3단계 개발사업인 32만㎡ 규모의 물류단지 조성이 추진되고 있어, 해외 화물기 정비 수요도 급증할 전망이다. 업계에선 2조원의 경제적 효과와 1만6,000여개의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국제선의 75%가 집중된 공항인 만큼, 원스톱 정비를 받으려는 외국 항공사들의 수요가 많다”며 “단지 육성을 하려면 MRO산업이 수출로 인정 받아 세금감면 혜택을 받는 게 필수기 때문에 자유무역지역 지정 신청을 냈다”고 말했다.
국제적 규모를 갖춘 인천공항의 경우엔 그 동안 정비미흡에 대한 지적이 꾸준하게 제기됐다. 2001년 개항한 인천공항은 지난해까지 정비 미흡으로 1만1,324건의 비정상 운항(지연ㆍ결항)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싱가포르 창이, 미국 멤피스, 홍콩 첵랍콕 등 세계 주요 공항처럼 인천공항에도 MRO 종합단지가 조성되면 코로나19 사태로 침체된 한국 경제에 생기를 불어넣을 먹거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천공항을 감안하면 인천공항 내 MRO단지 조성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2014년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항공산업 특화단지(사천공항 옆 31만㎡ 부지)로 선정된 사천공항내엔 현재 2027년 완공을 목표로 MRO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사천공항엔 이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MRO 사업자로 선정된 상태다.
사업을 추진중인 사천시와 경남도에선 “인천에 MRO산업이 들어서는 것은 지역균형발전 원칙에 어긋난다”며 남해안 지자체, 지역 상공인 등과 연대를 강화하며 조직적으로 반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조차 “정부가 결정한 사천 MRO사업이 반쪽짜리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정치권에 읍소하고 있다. 사천시 관계자는 “MRO사업 분산에 따른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는 없다”며 “인천에서 MRO산업을 하고 싶다면 사천이 자리 잡은 후에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경남지역을 달래기 위해 당초 인천공항 MRO단지 명칭이었던 ‘MRO클러스터’ 대신 ‘스마트복합공항단지’로 바꾼다고 했지만 반응은 부정적이다.
업계에선 MRO산업이 서비스업인 특성을 감안, 이번 기회에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국토부가 마련한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에선 역할 분담을 사천공항은 중정비, 김포공항은 저비용항공사(LCC) 경정비, 인천공항은 해외복합 MRO업체 유치(화물기 개조, 엔진업체 등) 등으로 구분했지만, 현재도 사천공항에서 LCC 경정비를, 인천공항에선 경ㆍ중정비를 하는 등 역할이 혼재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고객인 외국업체들은 우리나라 균형발전엔 관심이 없고, 무조건 편리한 정비 서비스만 원한다”며 “인천공항에 도착한 외국 항공기가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면 300여㎞나 떨어진 사천공항이 아닌 보다 편리한 중국, 대만 등 타국을 대안으로 선택한다”고 말했다.
사천공항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단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인천공항에 정비 중심의 종합단지를, 사천에는 강점이 있는 인근의 제조 산업단지를 활용해 항공부품 제조 중심으로 각각 조성해 상생 구조를 구축하자는 게 대표적이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MRO산업 주요 육성지역을, 이번 기회에 수요자 중심으로 재정립한 후 각각 지역에서 기술 경쟁력을 극대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