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첫 세컨드젠틀맨, 변호사 그만둔다는데… 뭐 하시려구요?

입력
2020.11.11 12:30
해리스 선거 돌입한 8월 이후 휴직하며 도와
호주 ABC방송 "정의와 관련된 이슈 주력할 듯"

이번 미국 대선은 최고령 대통령, 첫 여성 부통령, 첫 흑인 부통령, 첫 선거 불복 대통령 등 수많은 최초의 기록을 쏟아냈다. 여기에 하나가 더 있다. 미국 첫 세컨드젠틀맨의 탄생이다.

세컨드젠틀맨이 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가 로펌을 떠날 것으로 알려지며 향후 그가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캠프는 변호사인 엠호프가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 취임일인 내년 1월 20일 이전에 로펌 'DLA파이퍼'를 떠난다고 밝혔다. 엠호프는 아내가 부통령에 지명된 지난 8월 이후 휴직 중이다.

사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세컨드레이디였던 질 바이든 여사가 행정부 밖에서 활동을 했던 것처럼 엠호프 역시 그럴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특히 바이든 여사는 본업인 교직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미 헌정사상 처음으로 백악관에서 출퇴근하는 '투잡' 퍼스트레이디가 될 예정이다.

하지만 엠호프의 경우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로 재직해 왔는데, 이 로펌에는 기업 고객을 대신해 연방정부에 로비하는 부서도 있어 이해충돌 우려가 제기돼 왔다.

엠호프는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이 선거에 뛰어든 이후 본업 대신 선거 뒷바라지에 주력해 왔다고 CNN은 전했다. 그는 미시건, 오하이오, 텍사스 등 전국을 가로지르며 홀로 유세를 하는가 하면 온라인 기금마련 행사 등을 주도했다.

호주 ABC방송 "엠호프, 평소 정의 관련 이슈 관심 많아"

엠호프는 현재 바이든 캠프의 인수위원회에서 부통령의 배우자로서 담당할 역할을 논의하고 있는데 첫 세컨드젠틀맨인 만큼 그 역할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보통 미국 대통령 배우자의 경우 공식적으로 정의된 역할은 없지만 주요 행사에 참석하고 본인이 특별히 관심 있는 이슈에 영향력을 가진다. 부통령의 부인인 세컨드레이디의 역할은 더 정의돼 있지 않은데 지금까지는 본인이 역할을 찾았다고 한다.

엠호프에 대해 많이 알려져 있진 않다. 브루클린 출신으로 대통령 또는 부통령과 결혼한 첫 유대인이라는 정도다. 로펌 DLA 파이퍼 웹사이트에는 그가 지적 재산과 기술, 미디어,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부문 법률 업무를 수행했다고 나와 있다.

한편 호주 공영방송 ABC뉴스는 그가 법정에 방문했을 당시 인터뷰 발언을 인용해 그가 '정의'(justice)와 관련된 이슈에 집중할 것으로 추측했다. 실제 그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에 남긴 소개글엔 '아빠, 해리스의 남편, 변호사, 골퍼가 되고 싶은 이, 정의와 평등의 지지자'라고 적혀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처음 법정에 갔을 때 줄을 선 시민들이 내 재킷을 붙들고 도와달라고 하는 걸 보며 충격을 받았다"며 "왜 일부는 '뛰어난' 변호사를 고용하지만 많은 이들은 그렇지 못한지, 30년간 줄곧 생각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고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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