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택임대차보호법으로 촉발된 전국적인 전세난에 청와대 국민청원이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성토장이 됐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전세가격 폭등으로 곤란을 겪는 이들이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주택난으로 결혼을 포기했다", "정상적인 삶이 무너졌다", "코로나19보다 전세가격이 더 무섭다"는 등 매매가격에 이어 최근 급등한 전세가격을 놓고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11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2% 상승해 71주 연속 올랐다.
결혼 10년차 7살 아이를 키우는 40대라고 밝힌 한 청원인은 3일 "성실하게 살면서도 여태 집 하나 장만하지 못한 사람들은 바보 취급을 당하고 있다"며 "아파트 가격 하나에 정상적인 삶이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서민들의 고통은 눈에 안 보이냐, 아니면 그 고통을 발판 삼는 것이냐. 정부의 땜질에 서민들은 끝없는 불안과 자괴감에 내몰리고 있다"면서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지난달 26일 자신을 30대 직장인이라고 밝힌 한 청원인은 "이 사회 중산층으로 좋은 교육을 받고, 대학에 들어가 취업까지 성공했다. 그리고 중산층 배필을 만나 올 초부터 결혼을 계획하고 있었다"면서 "매매는 커녕 서울에 전세집 하나 구하기 힘들어 결혼을 거의 포기하기까지 이르렀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청원인은 3일 "무주택 국민은 이전 정부 때보다 몇 십배 더 가슴을 졸이고 있다. 사실 가슴 졸인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다. 무주택 국민의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고 있다"면서 "임차인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일 의지가 있다면 임대차 3법의 미비점을 즉시 보완해달라"고 요구했다.
전월세 신규 계약에 대해 전월세 상한제를 적용해달라는 제안도 이어지고 있다. 한 청원인은 9일 "서민주거안정이 진심이라면 신규계약에도 전월세상한 당장 적용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이 청원인은 "집을 가진자와 가지지 못한자 둘로 쪼개져 가정에서 마저 니가 옳네 내가 옳네, 그야말로 부동산에 미친 삶이 온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다"며 "벼랑끝 무주택서민들이 더는 물러설곳 없다 느끼면 그 다음은 횃불뿐이라는 것을 명심해 달라"고 했다.
같은 날 올라온 또 다른 청원에서 한 청원인은 "전월세로도 이사를 못가고 집을 사려해도 너무 올라 살수가 없다"며 "집값 내리겠거니 기다리다가, 아니면 돈이 없어서 집 못 산 사람은 느닷없이 시행된 어설픈 정책의 희생자가 되어야 하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현재의 임대차3법을 보완할 방법은 신규계약에도 상한을 똑같이 적용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대안이 집값 안정화에도 일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민들의 주거불안이 가중되고 있지만, 아직 정부는 전세 안정화 대책의 발표 시기와 내용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11일 전세대책이 발표될 것이란 예측이 나왔으나, 당일 예정됐던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 회의가 취소되면서 대책 발표는 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