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공익직불제 도입에 농업계 "농가 경영안정 성과... 준수사항 이행 노력"

입력
2020.11.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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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부터 기본형 공익직불금 지급 시작
수령금액 2배 가까이 늘어나고 소농·밭 지급 확대
농업계 "조기 지급 환영... 준수사항 이행 노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더해 역대 최장기간 장마로 신음하던 농촌에 훈풍이 불고 있다. 문재인 정부 주요 농정공약인 '공익직불제'가 올해 처음 도입돼 이달 직불금 지급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농업계는 소규모 농가와 밭 농가를 중심으로 수령액이 크게 늘어난 점을 반기며 준수사항 이행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1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5일부터 농가 43만1,000호와 농업인 69만 명에게 총 2조2,753억원의 기본형 공익직불금을 지급한다. 올해 처음 도입된 기본형 공익직불제는 쌀, 밭, 조건불리 등 유형별로 구분돼 있던 기존 직불금 제도를 통합, 개편한 것이다. 쌀과 밭작물 등 품목을 구분하지 않고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소규모 영농 종사자에게는 '소농직불금'을, 나머지에는 '면적직불금'을 지급한다.

농업계는 한 달여 앞당겨진 직불금 지급에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임영호 한국농축산연합회장은 "짧은 시간 안에 조기 지급까지 이뤄져 장마와 태풍으로 어려웠던 농가의 숨통이 트일 수 있었다"며 "소농들에게 고루 혜택이 돌아간 점, 대농들의 수령액도 깎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들 반기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논·밭 직불금의 형평성 제고와 중·소농 경영안정 등 정책 과제들이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직불금 수령액은 소농과 밭 단일영농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예컨대 비진흥지역 밭 0.2헥타르(㏊ㆍ1㏊=1만㎡) 규모를 경작하는 농민은 지난해 10만6,000원을 수령했지만 올해는 정액 소농 직불금 120만원을 받을 수 있다. 10배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진흥지역 논 2㏊, 밭 1㏊를 경작해 소농직불금이 아닌 면적직불금을 받는 경우에도 수령액은 지난해 358만9,000원에서 올해 615만원으로 크게 증가한다.

직불금 단가가 쌀값과 연동되지 않는 점도 반길만한 부분이다. 임영호 회장은 "(지난해까지는) 그해 작황에 따라 쌀값이 출렁이고, 변동직불금 수령액이 매년 달라졌다"면서 "공익직불제 도입으로 안정된 액수를 받을 수 있어 농가 소득 개선을 달성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혜택이 커진 만큼 준수사항도 강화됐다. 직불금을 받기 위해선 △화학비료 사용기준 준수 △영농폐기물 수거 △농지의 형상 및 기능 유지 △농업·농촌 공익증진 교육 이수 등 총 17개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현장 점검을 통해 미이행이 확인되는 경우 미이행 사항 1개당 직불금 총액의 10%가 감액된다.

농민 입장에선 까다로운 조건이지만, 관련 단체는 오히려 준수사항 이행 노력을 장려하고 있다. 임영호 회장은 "정부가 노력한 만큼 농업계도 그 취지를 이해하고 준수사항 이행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친환경 재배 등 양보다 질을 중요시하고, 소비자들과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농업 기반이 갖춰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수급 요건 확인도 더욱 강화됐다. 정부 투입 예산이 크게 늘어난 만큼 부정 수급을 최소화해 예산 누수를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실제 농식품부·지방자치단체 등은 올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현장조사를 통해 자격 요건, 부정수급 여부 등을 점검했다. 국토교통부, 국세청 등 관련 기관과 연계해 농촌 거주기간, 농외소득 등도 확인했다.

경북도청 농축산유통국에서 공익직불제 업무를 담당한 이기철 주무관은 "한 번 자격검증을 한 뒤 (준수사항) 이행 점검을 하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자격검증만 세 차례에 걸쳐 꼼꼼하게 실시했다"며 "단가가 오른 만큼 현장에서도 취지를 잘 이해하고 협조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세종=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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