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0%대 후반을 기록하던 근원물가상승률이 0%대 초반까지 추락한 가운데 충격의 주 원인은 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한 수요 감소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통계팀이 발표한 ‘코로나19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 따르면 물가에서 단기 변동이 심한 식료품·에너지 품목을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율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1~2월에 각각 0.8%, 0.5%(전년동월대비)를 나타냈지만 3월에 0.4%, 4월부터 5월에는 0.1%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물가상승률이 둔화된 것은 코로나 충격에 민감한 상품과 서비스 가운데서도 수요에 민감한 상품과 서비스 물가가 크게 작용했다. 한은 조사국은 수요에 민감한 상품으로 의류·신발, 여행·숙박·외식 등 대면 서비스 관련 품목들을 지목했다. 수요민감품목의 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1.3%에서 4월 중 -0.1%까지 떨어졌다.
조사국이 공개한 주요 품목의 올해 1~2월(코로나 이전) 대비 3~4월(코로나 이후) 가격과 구매량 변동 현황을 보면, 국내단체여행과 해외단체여행의 구매량은 최근 5년 평균 변동보다 각각 86.8%포인트, 80.1%포인트 더 감소했다. 놀이시설(-61.9%포인트)과 국제항공(-79.1%포인트)의 감소폭도 예년보다 컸다. 동시에 이들 품목의 가격이 1%포인트 이상 더 하락했다.
반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공급 충격이 유발돼 물가가 상승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특히 한국의 경우 여타 국가보다 코로나19 방역 대응이 원활했고 봉쇄의 강도가 덜했기 때문이다. 같은 기준으로 피아노(+2.6%포인트) 시계(+1.7%포인트) 등의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수요민감물가 상승율은 5월 이후로 점차 높아져 9월에는 0.6%로 상승했다. 박상우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 과장은 "점점 수요민감 물가상승률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코로나19 전개 상황에 따라서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은과 통계청에 따르면 근원물가에 식료품과 에너지 품목의 물가를 포함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월 들어 1%를 기록해 코로나 영향 이전 수준까지 올라왔다가 10월에는 0%대 초반으로 다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대규모 수해 등으로 인해 농산물 가격이 상승해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다. 에너지 품목의 경우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오히려 물가 상승률 둔화 요인으로 작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