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정원장 "스가 총리에 文대통령의 한일관계 정상화 의지 전달"

입력
2020.11.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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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정상간 강제동원 문제 해결 필요성 공감
스가, 자신의 책에 서명해줘... 文 친서는 없어
"임시국회 중 면담 허용· 자주 미소 지어" 후문 
한중일 정상회의·도쿄올림픽 계기 신뢰 구축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0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한일관계 정상화 의지를 전달했다. 스가 총리가 취임 후 한국 정부의 고위급 인사를 만난 것은 처음으로, 최근 양국 인사들의 잇단 교류가 경색된 한일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박 원장은 이날 오후 3시30분을 조금 넘겨 도쿄 총리관저에 도착했다. 이후 25여분간 면담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스가 총리에게 문 대통령의 간곡한 당부와 한일관계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전달하고 북한 문제에 대해 좋은 의견을 들었다"고 말했다.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배상 문제에 대해선 "양국 정상이 해결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 계속 대화하면 잘 되리라 본다"고 낙관했다.

스가 총리는 회동에서 "매우 어려운 상황인 일한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계기를 한국 측이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고 외교소식통은 전했다. 두 사람은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협력하자는 데에도 의견이 일치했고 한다.

박 원장은 스가 총리의 반응에 대해선 "친절하게 좋은 설명을 많이 해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사전에 스가 총리의 책('정치가의 각오')을 읽었다고 말씀드렸더니 서명까지 해주셔서 개인적으로 영광"이라고 했다.

도쿄의 외교 소식통은 이날 면담 분위기와 관련해서 "평소 무뚝뚝한 스가 총리가 박 원장과의 회담 도중에 자주 미소를 지었다"면서 "임시국회 일정 중임에도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박 원장은 관심을 모은 스가 총리의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 여부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고 문 대통령의 친서도 가져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원장에 이어 오는 12~14일 김진표 회장을 비롯한 한일의원연맹 소속 의원 7명이 일본을 방문한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박 원장의 방일 목적에 대해 "강제동원 문제 등 현안 해결책 모색뿐 아니라 큰 틀에서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문 대통령의 의지를 스가 총리에게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측은 연말 개최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의와 북한의 참가 여부가 관심사인 내년 도쿄올림픽 관련 협력을 관계 개선의 계기로 보고 있다. 스가 총리도 5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 대한 질문에 "가정이지만 그런 기회는 좀처럼 없다"라며 "외교상 매우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다만 일본은 대법원 판결로 압류된 자국 기업의 자산이 현금화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사실상 스가 총리 방한과 한일관계 개선의 전제로 요구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일 양국은 배상 주체와 순서를 두고도 입장이 갈린다.

한편,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를 위해 대전법원이 진행한 심문서 공시송달 절차의 효력이 이날 0시 발생했다. 이로써 법원이 현금화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한국 대법원 판결과 그와 관련한 사법 절차는 명확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도쿄= 김회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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