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디지스트) 뇌ㆍ인지과학전공 이성배 교수 연구팀이 퇴행성 뇌질환 발병에 기여하는 새로운 잠재 독성 인자로 ‘핵인자 카파B(NF-κB)’를 발굴하고, 이를 통한 신경병리 기전을 규명했다. 마땅한 치료제가 없던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 치료약물 개발 가능성을 한결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고령화로 인한 치매나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 환자 수는 늘고 있지만 관련 치료제 개발은 아직도 요원하다. 퇴행성 뇌질환은 주로 특정 인자들이 신경세포 내에서 활성을 잃으며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신경 세포 내 활성을 잃은 인자들을 콕 찍어 부작용 없이 활성화시키는 것이 어려워 치료제 개발이 늦어지고 있다.
이성배 교수팀은 신경퇴행성 질환인 ‘폴리글루타민 뇌질환’과 루게릭병으로 잘 알려진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의 병리기전에 대한 연구를 실시, 평소 가만히 있던 핵인자 카파B가 뇌질환 초기에 비정상적으로 과활성화되며 신경독성을 유발하고, 이어 신경세포의 형태 변화나 사멸과 같은 심각한 신경병증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교수팀은 잠재 독성 인자인 핵인자 카파B를 발굴하며 추가적인 잠재 독성 인자들도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특히 특정 잠재 독성 인자의 활성 억제 약물 개발과 이를 활용한 표적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열어, 기존과 전혀 다른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강한 신경 독성을 가졌기에 평소에는 억제돼 있던 잠재 독성 인자가 질병상황에서 갑자기 비정상적인 활성화로 독성을 지니면서 퇴행성 뇌질환을 일으킬 수 있단 것을 실험으로 증명한 것이 핵심”이라며 “핵인자 카파B 인자 외에도 퇴행성 뇌질환을 일으키는 다른 잠재 독성 인자를 찾는 후속 연구와 궁극적으로 독성 인자들의 활성을 선택적으로 감소시켜 병 완화에 효과적인 치료제를 개발하는 연구를 계속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록펠러 대학이 출간하는 저널 오브 셀 바이올로지(JCB) 온라인판 10월22일자에 게재됐다. 미국 하버드 의대 소속 권민지 박사 후 연수연구원, 디지스트 뇌ㆍ인지과학전공 한명훈, 고병수 석ㆍ박사통합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기초연구실 지원사업과 중견연구자 지원사업의 성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