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따.잡] 당신이 알면 좋을 OTT에 대한 (거의) 모든 것

입력
2020.11.10 09:00


여러분 요즘 OTT OTT 이런 말을 많이 듣지 않습니까. 이 코너 ‘넷플릭스 따라잡기’ 넷따잡의 넷플릭스도 OTT이지요. 그런데 요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OTT전쟁이 더 가열차게 됐다는 말이 나오네요. 오늘 ‘넷따잡’에서는 라제기 영화전문기자와 함께 당신이 알고 싶어하는 OTT의 모든 것까지는 아니고, 거의 모든 것을 짚어볼까 합니다.

-OTT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 부탁 드릴게요.

“케이블TV나 IPTV 또는 위성방송 수신 장치 ‘셋톱박스’ 없이 인터넷으로 영화, 드라마 등 각종 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인데요. 넷플릭스가 대명사이죠. 그런데 저희들이 오래 전부터 즐겨왔고, 많이 이용하는 유튜브도 OTT에 해당합니다. 유튜브 역시 특별한 수신 장치가 필요 없이 스마트폰이나 PC, 스마트TV 등을 통해 볼 수 있지 않습니까. 넷플릭스는 유료, 유튜브는 무료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 차이죠. 유튜브도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유료 서비스인 유튜브 프리미엄이 있기는 합니다.”

-국내 OTT 서비스하면 웨이브, 왓챠도 있잖아요.

“네, 웨이브는 국내 지상파방송 3사와 거대 통신사 SK텔레콤이 설립한 회사이지요. 지상파 콘텐츠를 주무기로 삼은 OTT라 할 수 있습니다. 왓챠는 영화ㆍ드라마 평점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서비스입니다. 요즘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토종 OTT이죠. ‘킬링 이브’와 ‘이어즈 앤 이어즈’ ‘체르노빌’ 등 우수 해외 드라마를 독점 공급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CJ가 만든 티빙, 올레KT의 ‘시즌’, 롯데컬처웍스의 ‘씨츄’ 등이 있습니다.”

-최근에 카카오TV가 등장했잖아요. 오리지널 콘텐츠 홍보를 엄청 하더라고요. 또, 이번에 ‘네이버와 티빙이 손을 잡았다’ ’ 쿠팡에서도 OTT 시장에 진출한다’는 기사도 봤는데 OTT 전쟁이 더 치열해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드네요.

“내 당초 CJ가 종합편성채널 JTBC와 손잡고 티빙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시키려 했는데, 네이버가 파트너로 부상한 모양새입니다. JTBC도 티빙에 자본 참여는 하지만 네이버가 주요 파트너가 될 듯합니다. 거대 플랫폼인 네이버와 국내 최대 콘텐츠 기업 CJ가 손을 잡았으니 경쟁력이 만만치 않을 듯합니다. 국내 OTT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는 모습입니다.”

-카카오TV의 등장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죠. 좀 더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카카오TV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예능ㆍ드라마 등을 자체 생산하고 자체 편성표가 따로 있습니다. 일단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을 활용한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카카오TV를 운영하는 카카오M이 드라마 제작사와 영화사, 스타 PD들, 연예기획사 등을 거느리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끕니다. 영화 ‘신세계’를 만든 사나이픽처스, ‘공작’의 월광 등이 카카오M 소속입니다. 이병헌 한효주 장동건 등이 소속된 기획사 BH엔터테인먼트도 카카오M 산하에 있습니다. 콘텐츠 제작을 위한 기반이 잘 갖춰져 있는 셈입니다.”

-토종 OTT만 해도 춘추전국시대를 연상시키는데,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시장인 미국에서도 OTT 경쟁이 치열하다면서요.

“한국에는 넷플릭스만 진출해 있지만, 미국에서는 신규 사업자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경쟁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일단 넷플릭스에 강력하게 도전하는 곳은 지난해 11월 미국과 캐나다, 네덜란드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디즈니플러스입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는 전통의 디즈니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마블엔터테인머트, 스타워즈 시리즈의 루카스 필름 등을 거느리고 있지요. 2017년 20세기폭스 영화사를 인수합병하면서 보유 콘텐츠가 어마어마합니다.”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만든 드라마와 영화도 적지 않은 것 같아요.

“2017년 공개된 ‘옥자’가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죠. 지난해에는 좀비 사극 ‘킹덤’이 만들어져 전 세계적 화제를 뿌렸습니다. 올해는 드라마 ‘인간수업’과 ‘보건교사 안은영’이 만들어져 큰 인기를 모았습니다. 이제훈 최우식 박정민 등이 출연한 영화 ‘사냥의 시간’이 지난 4월 극장을 거치지 않고 넷플릭스로 직행해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박신혜 주연 공포영화 ‘콜’이 넷플릭스에서만 공개하기로 해 충무로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요. SF대작 ‘승리호’가 넷플릭스로 직행한다는 말도 지금 나오고 있습니다. 코로나19에 따라 극장 상영이 어려우니 넷플릭스를 택한다고 하나 심상치 않은 조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게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닌 듯해요.

“007시리즈 신작 ‘노 타임 투 다이’가 넷플릭스로 바로 공개하는 걸 검토했다는 말도 들립니다. 6억달러 정도에 거래 상담을 했다는 보도가 외국에서 나오는 데요. 제작사쪽은 그런 일이 없다고 완강하고 부인하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뮬란’은 디즈니 플러스로 직행을 했고요.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도 미국의 경우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될 예정입니다.”

-가입자 수로만 따지면 넷플릭스가 1위인가요?

“그렇죠. 전 세계 유료 회원이 1억8,900만명 가량입니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거대 온라인쇼핑몰 아마존 역시 OTT사업을 합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라는 명칭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데요. 가입자 수가 1억5,000만명에 달합니다. 넷플릭스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가입자 수이지요. 기존 쇼핑몰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회원을 활용하기 때문에 단순비교하기 힘든 점은 있지만 ‘높은 성의 사내’나 ‘보슈’ 같은 히트 드라마를 만들었고, 우디 앨런 감독의 여러 영화에도 투자하는 등 콘텐츠 확보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디즈니 플러스 가입자는 어느 정도 되는 건가요

“지난 8월 기준 6,050만명입니다. 아직 서비스를 안 하는 국가가 많아서 가입자 수만으로 디즈니플러스의 현재를 판단해서는 안 될 듯합니다. 디즈니 콘텐츠 라이브러리가 엄청 많은 데요. 지금 곳곳에 산재해 있는 콘텐츠를 아직 한곳에 독점적으로 다 모으지 못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투자비가 엄청 많은 곳으로 유명한데요. 지난해 15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8조원 가량을 콘텐츠 제작과 구매에 쏟아 부었는데요. 한국 영화산업 규모가 지난해 2조5,000억원 정도였습니다. 넷플릭스의 투자 규모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월트 디즈니 컴퍼니가 지난해 자회사 등을 통해 콘텐츠에 투자한 전체 비용이 278억달러입니다. 약 34조원인데요. 넷플릭스 투자비에 두 배 가까운 금액이지요. 넷플릭스는 한 플랫폼에 콘텐츠가 모여 있으니 아직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디즈니 플러스로 디즈니 콘텐츠가 다 모이게 되면 시너지 효과가 더 대단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벤져스 같은 영화나 픽사 애니메이션은 조만간 디즈니 플러스에서만 볼 수 있는 시대가 오는 거죠.”

-넷플릭스에서 디즈니와 마블 콘텐츠가 사라진 이유를 알겠네요. 저번 달에 꽤 이슈가 됐었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디즈니, 마블 콘텐츠 빠지면 넷플릭스에서 도대체 뭘 보나요!’라는 글이 많이 올라왔더라고요. 디즈니 플러스는 국내에 언제쯤 론칭 예정인가요?

“원래는 내년초쯤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는데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월트 디즈니 컴퍼니 본사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무기한 연기됐다는 말이 있습니다. 최근 디즈니 내부 조직 개편이 있었고 새로운 청사진을 만들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는데요. 이런 추세에 발맞춰 내년 하반기 디즈니 플러스를 선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요즘 나오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 아마존 프라임만 해도 규모가 공룡기업이라 할 수 있는데요. 이들 외에도 눈여겨 볼 만한 OTT가 있나요?

“지난 5월 출범한 HBO맥스가 일단 숨은 강자입니다. HBO하면 드라마의 명가죠. ‘섹스 앤 더 시티’와 ‘소프라노’ ‘왕좌의 게임’이 바로 HBO드라마입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인기 있는 ‘프렌즈’시리즈도 만들었고요.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4관왕 영화 ‘기생충’을 드라마로 새롭게 만들고 있는 곳도 바로 HBO입니다. HBO는 미국 거대 통신 미디어 복합회사 AT&T-워너미디어그룹 소속입니다. 여기에는 그 유명한 영화사 워너브러더스가 포함돼 있지요. 워너브러더스는 ‘배트맨’ 등 DC코믹스 원작 영화와 드라마 판권을 보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워너브러더스는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에 대항해서 DC유니버스라는 걸 만들고 있는데요. HBO 드라마와 워너브러더스의 다양한 영화들이 HBO맥스에서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일단 ‘프렌즈’가 개별 플랫폼 별로 판권 계약이 끝나면 HBO맥스를 통해서만 볼 수 있게 됩니다. 지금 한국에선 넷플릭스로 ‘프렌즈’를 볼 수 있지만 멀지 않아 넷플릭스에서 ‘프렌즈’가 사라지게 됩니다. HBO맥스는 CJ가 만드는 토종 OTT 티빙과 제휴를 타진한다는 말이 있기도 한데요. 독자적으로 한국에 진출할지 등은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실사용 유료회원 수는 전 세계적으로 1,270만명 정도라고 합니다. 아직 미국 위주 서비스라서 회원 수는 많지 않지만 성장 잠재력은 풍부합니다.”

-‘프렌즈’도 사라진다니…! 저는 HBO 드라마를 보려고 왓챠를 이용하거든요. 그럼 HBO맥스가 국내에 론칭한다면 넷플릭스에서 디즈니 콘텐츠 서비스가 종료된 것처럼 왓챠에서 HBO 콘텐츠를 못 보게 될 수도 있겠네요.

“네, HBO맥스가 국내에 들어오고, 왓챠와의 콘텐츠 이용 계약이 끝나게 되면 아마도 HBO드라마는 왓챠에서 보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큽니다. ‘자신들만 보여줄 수 있다’, 이게 OTT사업자의 무기이니까요.”


-애플도 OTT 사업을 하고 있다는데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애플은 기존 애플TV라는 셋톱박스를 기반으로 동영상스트리밍 사업에 진출했는데요. 전설적인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유명 진행자 겸 배우이자 방송 제작자인 오프라 윈프리 등과 손잡고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개발 중입니다. OTT 이름은 애플TV플러스입니다. 지난해 11월 출범했습니다. 한국에선 아직 이용할 수는 없는데요. 전세계적으로 4,000만명 정도가 유료회원인 것으로 추산됩니다. 최근엔 재미동포 작가 이민진의 소설 ‘파친코’의 드라마 제작을 발표했는데요. 한류 스타 이민호가 캐스팅돼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습니다.”

-그 밖에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주목해야 할 OTT가 있나요?

“지난 7월 서비스를 개시한 ‘피콕’이 있습니다. 국내 유통업체 자체 브랜드를 떠올리시는 분들도 계실 듯한데,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미국 3대 지상파방송사 중 하나인 NBC를 혹시 아시나요? 이 방송사의 마스코트가 바로 공작새, 즉 피콕입니다. 그러니까 NBC와 관련된 OTT인데요. NBC는 미국 메이저 스튜디오 유니버설과 미디어 그룹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NBC가 판권을 지닌 드라마나 쇼뿐 아니라 유니버설의 영화들까지 피콕으로 집결시킬 수 있는 거죠. 유니버설은 프랑켄슈타인과 미이라 등을 만들며 공포영화 명가로 꼽히는데요. 한때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처럼 공포 캐릭터들로 구성된 ‘다크월드’를 구축하려 했는데, 계획이 잘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방대한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자랑하는 곳이라 OTT업계의 다크호스로 꼽힙니다. NBC유니버설의 모회사가 미국 최대 케이블TV 회사이자 최대 인터넷 사업자인 컴캐스트라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미국에서만 일단 서비스 되고 있는데요. 지금 가입자가 1500만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미국 OTT가 아무래도 세계 시장을 주도할 듯한데, 한국 시장에도 큰 영향을 줄 수 밖에 없겠죠.

“네, 맞습니다. 예전에는 해외 자본이 여러 법제에 따라 한국 미디어 시장 진입이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발달로 기존 법제가 무용지물이 된 상태죠. 2000년대만 해도 미국 방송이 한국에 진출하기는 매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넷플릭스 보십시오. 콘텐츠와 자금력을 앞세워 국내에서도 신드롬을 일으키지 않았습니까. 디즈니 플러스는 내년 가을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금 나오고 있고요. 애플TV플러스도 한국 시장 진출을 틈틈이 노리고 있습니다. 아마존 프라임은 국내 지사를 아직 만들지 않았지만 국내 시청자들이 원하면 언제든 가입이 가능하고 한글 자막이 지원되는 드라마나 영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HBO맥스나 피콕이 한국 시장에 들어오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아무래도 가입자수가 사업의 성공을 가늠하기 때문에 덩치를 늘리기 위해서는 미국 OTT의 세계화가 불가피합니다. 한국 시장을 그들이 놓칠리가 없죠.”

-한국 OTT가 결국 공룡들과 맞서 싸울 수 밖에 없는 현실이네요.

“아무래도 힘겨운 싸움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 시장은 독특하다고 하지 않습니까. 토종 포털 사이트가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스마트폰 메신저도 토종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고요. 대형 마트도 외국계 회사들이 진입했다가 두 손 들고 나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OTT는 그런 기적을 바라기는 쉽지 않을 듯합니다. 막강한 콘텐츠를 앞세워 넷플릭스가 이미 한국에 들어와 자리를 잡았고요. 넷플릭스 국내 유료 회원은 330만명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보통 계정 하나로 2,3명이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점을 감안했을 때 700만명 가량이 실제 이용자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 이용자면 이미 시장에 안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 프로야구 리그에 메이저리그 강팀인 뉴욕 양키스나 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뛰고 있다고 하면 좀 이해가 되실 듯합니다.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이 더 무섭기도 하고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동영상 콘텐츠 소비 방식이 급격히 변하고 있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미국 OTT의 한국 시장 공략이 더욱 거세질 수 밖에 없고요. 한국 영상산업의 지각변동을 이끌 것으로 예상됩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현유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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