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광고회사 제일기획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사업에 도전한다. 광고주들이 TV 등 전통적 미디어에서 모바일 등 뉴미디어로 옮겨가고 있는 와중에 광고회사가 직접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차린 것이다. 쿠팡, 네이버 등 굵직한 기업들이 버티고 있는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면서 내건 승부수는 '렌털'이다.
직접 보고 살 수 없는 기존 이커머스의 단점을 보완하고 광고회사가 갖는 마케팅, 콘텐츠 제작 능력도 접목해 '체험 후 구매' 플랫폼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렌털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 구매 데이터에도 접근할 수 있어 광고 기술에 필요한 빅데이터 확보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제일기획은 9일 체험 기반 라이프스타일 이커머스 '겟트(GETTT)' 운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명칭에 '취향을 얻어라(Get The Taste)'는 의미를 담은 겟트는 패션, 인테리어, 뷰티, 테크 등 다양한 제품과 브랜드를 체험하면서 각자의 취향을 찾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를 지향한다.
기존 온라인 쇼핑은 제품에 대한 평가를 판매자가 작성한 설명과 다른 구매자들의 후기에 의존해야 했다. 제일기획이 렌털 개념을 도입한 이유다. 빌려 쓰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체험의 기회'라고 제일기획 측은 설명했다.
소비자는 겟트에서 렌털 중인 제품이 마음에 들면 즉시 구매로 전환할 수 있는데, 해당 제품의 렌털 횟수에 따라 가격 할인이 적용된다. 현재 겟트에는 70여개 브랜드 2,300여개 상품이 판매되고 있으며, 렌털 가능 상품은 950여개다. 옷부터 가전제품까지 품목이 다양해 상품별로 렌털 요금이 다 다르지만, 일주일 기준 10만원 안팎으로 설정된 경우가 많다. 반납은 집 앞에 놔두면 알아서 수거해 가며, 렌털하지 않고 일반 쇼핑몰처럼 바로 구매도 가능하다.
렌털의 강점을 살리는 추가 서비스들은 매주 진행하는 무료 체험 이벤트, 집에서 입어보고 구매 또는 무료 반품을 선택하면 되는 '피팅 딜리버리' 등이 있다. 이 외에도 기존 제일기획에서 광고기획과 광고 제작 등을 담당했던 전문 인력들이 만들어내는 디자이너 인터뷰, 트렌드 분석 등 관련 콘텐츠들도 꾸준히 게재된다.
제일기획의 이커머스 도전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갈증에서 비롯됐다. 디지털 광고 역량 확대에 집중하고는 있지만, 기존 광고 대행 사업만으론 성장성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단순히 이커머스로 수익을 내고자 시작한 게 아니다"라며 "이커머스 역량을 축적해 향후 광고주 입점 및 광고 효과 증대 등 장기적인 사업 다각화의 일환"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