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 던진 동학개미, 외국인이 '줍줍'…누가 웃을까?

입력
2020.11.12 10:00
주식매매 공수 뒤바뀐 외국인·동학개미
11월 들어 개인 5조원 순매도 사이
외인은 3조 이상 사들여
코스피 연고점 경신 '랠리' 속 최종 결과 주목

편집자주

친절한 ‘금융+자산’ 설명입니다. 어려운 금융을 알면, 쉬운 자산이 보입니다.

올해 내내 무섭게 국내 주식을 사들이던 개인투자자가 11월 들어 연일 주식을 내던지고 있다. 최근 일주일간 코스피시장 순매도 물량만 5조원 규모다.

반면 연중 주식을 내던지던 외국인과 기관이 최근엔 개미의 빈자리를 채우면서 코스피는 계속 연고점을 경신 중이다. 미국 대선과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대감 등 대형 이벤트가 산적한 11월 증시에서 치열한 '공수교대'가 벌어지는 배경은 뭘까.

'차익실현' 동학개미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는 11월 들어 지난 11일까지 8거래일간 코스피에서 무려 5조23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달 개인이 순매수(약 1,900억원)한 날은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에 증시가 들썩였던 지난 10일 딱 하루뿐이다.

개인은 우량주를 집중 순매도했다. 순매도 종목 1위는 삼성전자로 1조2,470억원어치를 던졌다. LG화학(7,500억원), 삼성SDI(4,000억원), SK하이닉스(3,500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개인은 이들 종목의 주가가 오르기 무섭게 팔아치웠다. 삼성전자가 각각 3.08%, 1.83%씩 상승했던 지난 5일과 11일 개인은 5,300억원, 5,900억원씩을 팔아치웠다.

개인은 주가 반등을 차익실현 기회로 여기는 모습이다. 8거래일 연속 랠리 끝에 지난 11일 2,485.87로 연고점을 다시 쓴 코스피는 지난달 30일(2,267.15) 대비 10% 가까이 상승한 상태다.

개인은 코스피가 2.40% 상승 마감한 지난 5일엔 하루에 무려 1조6,200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역대 가장 많이 팔았던 2011년 12월 1일(1조6,800억원)에 이어 개인 순매도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환차익 기대' 외국인

대신 외국인 '큰 손'들이 국내 주식을 무섭게 빨아들이며 코스피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에만 3조3,100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이며 개인의 물량을 받아냈다. 사들인 종목도 삼성전자(8,900억원), LG화학(6,900억원), 삼성SDI(2,900억원), SK하이닉스(2,100억원) 등 코스피 대장주를 집중 공략했다.

외국인 매수 급증의 결정적 요인은 달러화 약세(원화가치 상승)다. 지난 11일 원·달러 환율은 1,110.0원까지 떨어지며 2018년 12월 이후 약 2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는 미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 상승세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현지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선 해당국 통화로 환전해야 하는데 미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오름세를 나타내야 환차익을 볼 수 있어서다. 최근 달러 약세 흐름도 이 환차익을 노린 글로벌 패시브 자금이 국내 증시로 유입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아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