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펀드 돌려막기’로 라임자산운용(라임)의 해외 무역금융펀드 부실을 은폐하는 데 판매사인 신한금융투자와 이종필(42ㆍ구속기소) 전 라임 부사장이 모두 관여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이 전 부사장은 그간 해외 무역금융펀드와 관련, 신한금융투자 측의 요구로 만든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 펀드’라며 책임을 회피해 왔다.
라임에서 해외 무역금융펀드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A씨는 9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부장 오상용) 심리로 열린 이 전 부사장 등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이 주장했다. A씨는 “2018년 11월 해외 무역금융펀드의 구조 변경을 지시한 건 이 전 부사장이었다”며 “해당 펀드에 손실이 발생하고 난 뒤, 이 전 부사장 지시대로 펀드 투자 구조를 모자(母子)펀드 형태로 변경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라임 펀드 환매가 중단된 원인 중 하나가 이런 구조 변경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올 2월 공개된 금융감독원의 라임 검사결과에 따르면, 라임은 2017년 5월부터 펀드 투자금과 신한금융투자의 총수익스와프(TRS) 대출자금을 활용해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그룹(IIG)’ 펀드 등 5개 해외무역금융 펀드에 투자했다. 이후 2018년 11월 IIG 펀드에서 부실이 발생하자, 신한금융투자와 라임은 투자구조를 모자펀드 형태로 바꿔 정상펀드에 부실을 전가한 뒤 펀드 판매를 계속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일종의 ‘펀드 돌려막기’ 형태로, 피해 금액은 확인된 것만 1,611억원에 이른다.
A씨는 ‘IIG펀드가 신한금투의 OEM 펀드’라는 이 전 부사장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운용사인 라임의 책임도 강조했다. A씨는 “IIG펀드가 신한금투의 OEM 펀드인가”라는 재판부의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 OEM 펀드는 운용사가 은행ㆍ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의 지시로 만들어 운용하는 상품으로, 자본시장법상 불법 펀드에 해당한다. 다만 A씨는 “펀드 투자 대상 발굴 및 판매 과정에서 신한금투의 제안을 받은 것은 맞지만,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협의하는 과정에서 라임도 관여했다”며 “이 전 부사장 등이 주로 의사결정에 참여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