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의 파업 여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미 조합원 73% 이상의 지지와 합법적인 쟁의권도 확보, 기아차 노조의 파업은 언제나 가능한 상태다. 하지만 일각에선 최근 실적이 회복세를 띠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에 돌입할 경우 자칫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크다는 점에서 신중론도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노조는 이날 오후 3시 지부쟁의대책위원회 1차 회의를 개최하고 파업 관련 논의를 진행한다. 이번 쟁대위는 지난 5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조정중지 결정으로 합법적인 파업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얻은 것에 대한 후속 회의다.
기아차 노조는 앞서 전체 조합원 대상(2만9,261명)으로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전체의 73.3%(2만1,457명)가 찬성하면서 쟁의권을 획득했다. 쟁대위에서는 향후 사측과의 협상 과정에서 투쟁 강도와 방식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기아차 노사는 오는 11일과 12일 오후 2시 소하리공장 본관 1층 회의실에서 '2020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제10차, 11차 본교섭을 각각 실시할 예정이다.
노조는 앞서 9차례의 임단협 본교섭에서 △기본급 12만원 인상 △지난해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기존 공장 내 전기ㆍ수소전기차 모듈 부품공장 설치 △정년 연장 △잔업 30분 임금 보전 등을 요구했다. 또 최근 3분기 실적에 품질비용 1조원을 반영한 것을 두고 이사회의 사퇴를 촉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임금동결을 고수하면서 노조 제안에 부정적이다.
노조 관계자는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이기에, 사측은 파국을 원치 않는다면 납득할 만한 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노조를 동등한 파트너로 존중하고 고용안전과 공정한 분배를 하겠다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선 기아차 노조가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파업까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도 선방 중인 기아차 실적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만약 노조 파업으로 기아차 실적이 나빠진다면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GM 노조가 최근 잇따른 파업으로 미국 본사의 2,100억원 규모 투자가 중단되는 사태까지 발생, 노조 측의 고민은 더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현대차, 쌍용차가 무분규 협상을 이끌어낸 것은 결국 '생존'이라는 키워드에 노사가 뜻을 같이한 결과"라며 "기아차 노조도 집단이기주의를 강조하기보다, 힘든 시기를 먼저 이겨내고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