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업체들이 애플의 첫번째 5세대(5G) 이동통신 스마트폰 '아이폰12'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5G 서비스가 품질 논란을 겪는 가운데 아이폰12를 구입한 뒤 이통3사가 아닌 알뜰폰 롱텀에볼루션(LTE) 요금제로 가입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서다.
9일 알뜰폰 업계 1위 사업자인 KT엠모바일에 따르면 아이폰12가 출시된 10월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1주일간 LTE 고용량 요금제 3종 신규 가입자가 10월 평균보다 38%가량 늘었다. LG헬로비전 역시 아이폰12 출시 후 같은 기간 LTE 고가 요금제 일평균 가입자가 10월 평균보다 31% 증가했다.
알뜰폰 업계에서는 이를 아이폰12 출시 효과로 보고 있다. 아이폰12는 5G 스마트폰으로 출시됐지만, 이통3사가 아닌 애플 공식몰이나 쿠팡 등 오픈마켓을 통해 자급제 제품으로 구입할 경우 LTE 요금제로 가입할 수 있다.
굳이 알뜰폰 LTE 요금제로 가입한 아이폰12 이용자들은 "이통3사의 5G 요금제가 제 값을 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5G는 지난 2019년 4월 상용화한 이후 1년 7개월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품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고대역대 주파수를 사용하는 특성상 LTE보다 기지국이 훨씬 더 촘촘하게 깔려야 하는데, 이통3사가 5G 전국망 구축을 약속한 기간은 2022년까지다.
이에 5G 이용자들은 비싼 요금을 내면서도 신호가 잡히지 않아 상당 시간 LTE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8월 기준 전국 5G 기지국 구축률은 LTE 대비 13.5%에 불과했다. 전국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34곳은 5G 기지국이 10개 미만이었고, 5곳은 기지국이 전혀 없었다.
속도 역시 정부와 이통사가 홍보했던 "LTE보다 20배 빠르다"는 데 크게 미치지 못한다. 정부가 8월 발표한 상반기 5G 품질 평가 결과 발표를 보면, 서울·광주·대구·대전·부산·울산·인천 등 6개 광역시의 5G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656.56메가비피에스(Mbps)로 LTE보다 4배 빠른 수준에 그쳤다. 게다가 아직까지 5G만이 가능한 콘텐츠도 없는 상황이라 꼭 5G에 가입해야 하는 유인도 크지 않다.
소비자의 불만이 늘어나면서 5G 가입자 증가세도 정체 현상이다. 이미 이통3사는 올 초 5G 가입자 목표를 1,700만명으로 제시했다가 1,200만명 수준으로 낮춘 바 있다. 9월 현재 기준 5G 가입자 수는 924만명 수준으로, 연말까지 1,200만명 달성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통사의 통신망을 빌려 쓰는 만큼 품질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알뜰폰 업체들은 아이폰 전용 요금제나 전용 보험 상품 등을 내놓는 등 아이폰12 출시를 가입자 확대의 기회로 삼고 있다. 게다가 이통사로부터 받아오는 5G 요금제 도매대가(알뜰폰 업체가 이통사 요금제를 빌려 쓰면서 내는 사용료)도 인하되면서 이통사 대비 최대 30% 이상 저렴한 5G 요금제 출시도 눈앞에 두고 있다. 정부가 SK텔레콤과 협상을 통해 5G 도매대가를 낮춘 이후 3만원 중반대 9기가바이트(GB) 요금제나 5만원 초반대의 200GB 요금제 출시가 가능해졌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5G 품질 논란은 전국망 구축이 완료되는 2022년까지는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5G '킬러 콘텐츠' 등장과 함께 중저가 5G 요금제 출시 등 하루빨리 소비자들이 5G를 선택할만한 환경이 마련되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