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전주 KCC의 국가대표 센터 라건아(31ㆍ199㎝)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2012~13시즌부터 KBL 무대에서 뛰며 외국인 선수상을 세 차례 받고, 귀화해 태극마크까지 단 라건아는 리그를 대표하는 빅맨이다. 하지만 올 시즌 성적표나, 팀 내 입지가 예전 같지 않다.
9일 현재 성적은 평균 10.5점에 5.8리바운드다. 울산 모비스 시절이었던 2013~14시즌 10.4점 6리바운드를 기록한 이후 가장 저조한 기록이다. 항상 소속 팀에서 중심이 됐고, 이번 시즌 역시 외국인 선수 1옵션으로 시작했으나 지난달 16일 부산 KT전에서 발목을 다친 뒤 동료 타일러 데이비스(23ㆍ208㎝)에게 자리를 뺏겼다.
개막 첫 두 경기에서 2옵션으로 뛰었던 데이비스는 라건아가 전열에서 이탈하자 30분 이상 코트를 누비며 리그 적응력을 키웠다. 특히 10월 21일 서울 SK를 상대로 40분 풀타임을 뛰며 38점 17리바운드로 경기를 장악했다. 이후 자신감이 붙은 데이비스는 골 밑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또 개인기나 공격 기술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적극적인 리바운드 가담과 묵직한 플레이로 동료들의 신뢰까지 얻었다. 데이비스의 시즌 성적은 평균 20.1점 12.8리바운드다. 전창진 KCC 감독은 “수비와 공격 리바운드 가담 능력이 좋은 선수”라고 평가했다. 라건아가 돌아온 뒤에도 데이비스는 1옵션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김도수 SPOTV 해설위원은 “라건아의 부상이 없었다면 지금의 데이비스는 없었을 것”이라며 “라건아가 빠져 있는 동안 경기당 35~40분을 뛰면서 데이비스가 치고 올라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금은 데이비스가 라건아의 자리를 밀어냈다고 본다”면서 “화려하지는 않지만 세컨 리바운드에 이은 득점이나 블록슛 등 골 밑 존재감이 돋보인다. 공을 보면 열정적으로 달려드는 모습도 인상적”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라건아에 대해선 “(농구를) 쉽게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고, 예전보다 확실히 몸 싸움도 덜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라건아에게 기회가 없는 건 아니다. 아직 54경기 중 12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김 위원은 “데이비스가 다치거나, 컨디션이 떨어지면 라건아에게 반전을 이룰 기회는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