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위 멕시코 골퍼의 반란… 세계 1위 존슨도 꺾었다

입력
2020.11.0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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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랭킹 160위 멕시코 골퍼 카를로스 오티스(29)가 톱랭커들의 추격 압박 속에서도 페이스를 잃지 않고 생애 첫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오티스는 9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메모리얼 파크 골프 코스(파70)에서 열린 PGA투어 비빈트 휴스턴오픈(총상금 700만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낚아 5언더파 65타를 기록, 최종합계 13언더파 267타로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상금은 126만달러(약 14억250만원)다.

2015년 PGA투어에 발을 들인 오티스는 그간 한 번도 우승컵을 품에 안은 적이 없다. 지난 시즌 기록했던 페덱스컵 랭킹 51위가 최고 성적이고, 올 시즌 나선 5개의 대회 중 두 대회에선 컷 탈락 수모까지 맛봤다. 컷 통과를 했어도 30위 이내엔 한 차례도 들지 못했다.

이처럼 화려하지 않은 과거 전적 때문에 오티스는 대회 첫날 버디 5개와 보기 2개를 묶어 공동 2위로 출발할 때도 주목을 받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털고 복귀한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36·미국)이 복귀전에서 얼마나 활약할지에 더 많은 시선이 쏠려 있었다. 또 전 세계랭킹 2위 마쓰야마 히데키(28·일본), 메이저대회에서 4승을 쌓은 브룩스 켑카(30·미국)등 스타 플레이어들의 유명세에도 밀렸다.

하지만 오티스는 굴하지 않고 순위 변동이 심해 ‘무빙데이’라고 불리는 3라운드까지 상위권을 지켜냈다. 1타 차 공동 2위로 4라운드를 시작한 오티스는 전반 동안 세 타를 줄이며 리더보드 맨 위에 이름을 올렸다. 존슨, 마쓰야마가 동타를 기록하며 그를 압박했지만 16번 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내면서 1타 차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승부가 이미 기운 마지막 홀(파4)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은 그는 5m 버디 퍼트를 집어 넣으며 마쓰야마와 존슨을 두 타차로 누르고 완벽한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멕시코 선수가 PGA투어에서 우승을 한 건 42년만이다. 미국 골프전문매체 골프다이제스트는 “이번 우승으로 오티스는 멕시코 출신 골프선수 중 3번째로 PGA투어에서 우승을 거둔 선수가 됐다”면서 “내년 4월에 열리는 2021 마스터스 초청장을 받아 멕시코 선수로는 두 번째로 이 대회에 출전한다”고 했다.

오티스는 우승을 확정지은 후 차오르는 눈물을 꾹꾹 누르며 “대단한 경기였다”면서 “나와 캐디는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는데 이번 결과로 보상받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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