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장애인 운동프로그램 참가자 오히려 늘었어요"

입력
2020.11.08 21:00
대구장애인 체육회, 온라인 쌍방향 비대면 수업 진행




"장애인들이 혼자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대구장애인 체육회 소속 체육지도사들이 10월 19일부터 장애인을 위해 요가, 태권도 등의 온라인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월요일과 목요일 오전10시30분부터 오히 3시30분까지 진행하며 유튜브에 들어가 '대구장애인체육회'를 검색하면 참여가 가능하다. 그냥 영상을 틀어놓고 지켜보도록 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체육지도사와 마찬가지로 캠을 켜고 얼굴을 비춰야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쌍방향 수업이다.

김지혜 체육지도사(28)는 "쌍방향 수업을 하면 진도가 느리지만 같이 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간이 좀 더 걸린다는 것 외에는 모두 장점밖에 눈에 띄지 않는다. 심지어 쌍방향으로 하면 불가능하게 보이는 수업도 가능하다. 이를테면, 시각장애인들도 수업에 참여한다.

"수업을 들으시는 분들의 반응을 보고 템포를 조절하면서 더 많이 설명하고 충분히 시간을 드립니다. 그러면 눈이 보이지 않는 분들도 수업에 참여합니다. 청각장애인 수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동작이 크게 하고 속도를 줄입니다. 그러면 잘 따라오십니다."

처음 찍은 유튜브 영상은 대면수업의 보충자료였다. 특수학급 수업과 관련해 나온 아이디어였다. 한 번에 율동을 다 못 가르쳐서 유튜브로나마 보고 참고할 수 있도록 했는데 아이들이 다음 수업까지 춤을 다 외워왔다. 오히려 아이들이 선생님을 가르치는 기분 좋은 헤프닝도 일어났다. 김 지도사는 "그때 이미 쌍방향 수업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든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기술적인 문제로 곤혹스러웠던 적도 많았다. 수업 도중에 갑자기 소리가 꺼지거나 인터넷이 불안정해지기도 했다. 초기에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컴퓨터를 켰지만 지금은 기술적으로도 적응을 완료해 어떤 돌발상황에도 척척 대처한다.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수업 내용에 더 신경을 썼다. 화면으로 보이는 것만으로는 운동 강도가 얼마나 되는지 알기 힘들어 협회 소속 장애인 배드민턴 선수들에게 먼저 수업 내용을 테스트했다. 선수들이 "이 운동은 너무 강하다" "약하다" 피드백을 해주면 그걸 참고해서 다시 수업 내용을 조절했다.

뜻밖의 소독도 있다. 대안으로 시작한 쌍방향 수업이지만 덕분에 오프라인 수업에 참여하지 못했던 이들이 다수 접속하고 있다. 밖으로 나오기 힘든 중증 장애인들과 수업장소가 멀어 혜택을 받지 못하던 이들이다.

쌍방향 수업을 기획한 김지남 팀장(41)은 "쌍방향 수업은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후에도 '찾아가는 생활체육 서비스'와 병행할 예정이다"면서 "앞으로 장애인체육의 참여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주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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