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다자주의 복원’  한국 경제 기회이자 위기

입력
2020.11.0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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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함에 따라, 경제ㆍ무역 정책에서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무역 정책은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는 미국의 일방적 보호무역주의였다. 반면 바이든 당선인은 “우방국과의 관계 회복과 다자간 체제 복원”을 여러 차례 천명해 글로벌 무역 환경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또 선거 중 3조달러가 넘는 경기 부양책을 밝혔고, 국내 일자리ㆍ환경 보호를 전제로 무역장벽을 낮추겠다는 입장인 만큼 우리 수출 기업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 당선인 역시 중국의 불공정 무역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강제 기술 이전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여러 무역 제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불공정 무역 거래를 하는 나라에 대해 동맹국과 협조해 제재하겠다”고 밝힌 점이 주목된다. 오바마 행정부가 만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해 유명무실해졌는데 바이든 당선인이 TPP에 재가입해 대중국 견제 장치로 이용한다면, 미중 양국 사이에서 우리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밖에 없다.

바이든 당선인이 제시한 ‘바이 아메리카(미국산 제품 우선주의)'와 제조업 부활도 우리 수출에 기회이자 위기이다. 특히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우리 배터리나 반도체의 경우 생산기지를 미국에 건설하라는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2025년 탄소세 도입 등 향후 통상분야에서 환경과 노동 규제 강화가 예상된다.

경기부양에 따른 미 내수 확대와 친환경 분야 수요 증가는 우리 수출에 활로가 될 것이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미ㆍ중 무역전쟁 지속과 환경ㆍ노동분야 수출 규제에 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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