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났다! 도널드 트럼프는 끝났어!” “가짜뉴스다! 도둑질을 멈춰라!”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 소식이 전해진 7일(현지시간) 미 전역에선 역시나 환호와 탄식이 교차했다. 세계 최강 미국의 새 미래를 응원하며 자축하는 바이든 당선인 지지자들과 ‘선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 동조한 지지 세력의 항의 목소리가 동시에 울려 퍼졌다. 120년 ‘대선 승복’ 전통을 깬 트럼프 대통령의 ‘몽니’는 미국사회를 한층 더 두 쪽으로 갈라 놓았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워싱턴 백악관 인근 거리는 4년 만의 정권 교체를 기뻐하는 바이든 당선인 지지자들로 빼곡히 메워졌다. ‘트럼프, 해고야(You're FIRED)’라는 구호가 잇따랐고, 기쁨에 겨워 울음을 터트리는 시민들도 적잖게 눈에 띄었다. 지지자들은 수십명씩 무리지어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는가 하면, 자동차 선루프에 몸을 내놓고 성조기를 흔들기도 했다. 워싱턴 펜실베이니아 거리에 위치한 트럼프호텔 앞에는 ‘졌다고 징징대지 마라’ ‘현실을 직시해라’ 같은 현수막도 내걸렸다. 유세 내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철저히 준수한 당선인을 따라 하듯, 지지자들은 마스크를 쓰고 승리를 만끽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제2 고향’ 동부 델라웨어주(州)도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주민들은 그가 승리 연설을 한 윌밍턴 체이스센터 주변으로 자동차를 몰고 나와 자축 행진을 했다. AFP통신은 “미국-멕시코 국경에 사는 이민자들도 바이든 당선에 감격하며 인권을 존중하는 대통령이 돼주길 바랐다”고 전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야구 격언을 되뇌면서 격한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캠프 측이 일부 주에 재개표 요청을 하는 등 공식 절차가 아직 남은 만큼 최종 결과를 기다려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지아주 애틀란타와 플로리다주 탤러해시, 텍사스주 오스틴, 애리조나주 피닉스 등에서 수십명으로 시작된 친(親)트럼프 지지자 행렬은 이날 수천명 규모의 항의 시위대로 불어났다. 이들은 ‘아직 안 끝났다(This isn't over)’ ‘가짜 뉴스다(Fake news)’라는 구호를 연신 외치며 바이든의 당선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끊임 없이 ‘불복’ 메시지를 발신하는 대통령 탓에 양측의 충돌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AP는 각지에서 항의 행렬에 나선 트럼프 지지자 중 일부가 공공연하게 총기를 소지하고 있으며, 일부 도시에서는 바이든 측과 마찰을 빚었다고 전했다. 아직 인명피해가 발생할 정도의 물리적 다툼은 없었으나 지역 경찰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온라인 여론도 정확히 양 극단으로 갈렸다. 트위터에서는 일찌감치 트럼프 추종 세력이 ‘도둑질을 멈춰라(#stopthesteal)’ 등 해시태그를 달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대선 승자가 사실상 확정되자 그간 상대적으로 잠잠했던 바이든 당선인 지지자들도 여론전에 적극 나설 태세다. 이들은 바이든과 카멀라 해리스 부대통령 당선인을 인정하고 지지한다는 의미의 ‘바이든해리스 2020(#bidenharris2020)’ 해시태그를 달고 두 사람에게 본인의 희망을 전하는 운동을 확산시키고 있다.
언론은 ‘통합’을 강조한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 일성이 실현되려면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당선인이 심각하게 양극화한 워싱턴에서 통치하는, 매우 어려운 임무에 직면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