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신당 창당’ 가능성을 내비쳤다. 내년 4월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 후보 선출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기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정계에 발을 들여놓은 뒤, 새정치민주연합과 국민의당, 바른미래당을 거쳐 다시 국민의당을 창당했던 안 대표가 이를 현실화하면 다섯번째가 된다. 다만 서울시장 출마를 원한다면 “국민의힘에 들어오라”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신경전 차원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안 대표의 신당 창당 가능성이 다시 회자되는 건 지난 6일 발언 때문이다. 안 대표는 국민미래포럼 강연 후 비공개 간담회에서 “지지 기반을 넓히고 (야권을 향한) 비호감을 줄일 노력을 해야 한다”며 “그 방법의 하나가 새로운 플랫폼, 새로운 정당”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참석 의원들에게 “단순히 합치는 것만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며 “서로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새롭게 모이자”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라는 기본 틀에서 벗어나 중도와 합리적 진보까지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정당을 만들자는 것이다.
안 대표는 이날 공개 강연에서도 국민의힘 중심의 야권이 가진 한계를 지적하면서 새로운 플랫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야권이 비호감이니까 (유권자들에게)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는다”며 “야권 재편으로 새로운 혁신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반문(反文)연대가 아니라 혁신연대, 미래연대, 국민연대로 가는 게 유일한 길”이라며 “이대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승산이 없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내년 4월 서울시장 보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역할을 하겠다”며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안 대표 발언을 두고 범야권 주도권 잡기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최근까지도 안 대표의 서울시장 보선 출마에 소극적 반응이었다. 게다가 김 위원장은 안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원한다면 “국민의힘에 들어와 경쟁하라”고 했다. 하지만 이날 안 대표 메시지는 ‘김 위원장이 이끄는 비대위로는 내년 보궐선거 승리는 어림없다’고 맞불을 놓은 셈이다.
정계에 입문한 안 대표는 정치적 승부수를 띄울 때마다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안 대표는 2011년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며 정계에 발을 들였다. 하지만 그는 당시 박원순 무소속 후보에게 자리를 양보하며 단일화했고, 2012년 대선에서는 당시 문재인 후보와 연대 작전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견제했다.
2014년 ‘새정치연합’창당을 준비하던 안 대표는 민주당과 합당해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친문ㆍ친노계와의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2015년 12월 탈당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였다. 이후 2016년 2월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든 김한길 전 의원 등과 함께 국민의당을 창당해 20대 총선에서 ‘녹색 돌풍’을 일으켰다. 특히 국민의당은 호남지역 28석 중 23석을 휩쓸었다. 이를 토대로 그는 2017년 대선에 나섰지만 3위에 그쳤다. 정치적 입지가 좁아진 안 대표는 2018년 유승민 전 의원이 이끌던 바른정당과 합쳐 ‘바른미래당’을 만들었다. 이후 2018년 6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지만 또 다시 고배를 마셨다. 그 뒤로 정치권을 떠났던 안 대표는 올해 1월 2일 귀국했고, 같은 달 29일 바른미래당 탈당을 선언하자마자 다시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김 위원장은 8일 오후 당내 중진들과만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안 대표가) 혼자 (창당을) 하면 하는 것이지 어떻게 막겠느냐"며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도 이날 “그간 안 대표가 합당할 때마다 늘 이탈자가 생겼다. 1 더하기 1은 2가 아니라는 뜻”이라며 “신당창당은 불가할뿐 아니라, 연대나 후보 단일화를 하는 게 확장성도 더 크다”고 말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도 "잘못된 실정을 바로잡고 문재인 정권과 맞서려면 구심점이 되는 플랫폼은 우리 당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