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맛살 업체가 바이든 수혜주? '요지경' 미 대선 테마주

입력
2020.11.07 14:00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바이든 수혜주’가 관심을 끌고 있다. 대체로 친환경 에너지 등 바이든 후보의 정책 연관주가 주목받는 가운데, 게맛살 업체처럼 예상 못한 종목까지 테마주로 묶여 냉온탕을 오가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롤러코스터 탄 한성기업 주가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대선 기간 동안 국내 수산물 가공제품 판매업체 ‘한성기업’의 주가는 바이든 후보의 부침에 울고 웃었다. 1963년 문을 연 한성기업은 ‘크래미’ 등 게맛살 제품을 비롯해 어묵, 젓갈 같은 수산물 가공제품과 소시지 등 육가공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다.

올해 3월 3,000원대까지 떨어졌던 이 회사 주가는 바이든이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6월 8일 30% 가까이 급등했다. 같은 달 11일에는 지나친 주가상승에 단기과열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후 바이든 후보의 선전 속에 주가가 7월 중순 1만9,000원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대선 개표가 시작된 이후에도 바이든의 득표 상황에 따라 주가가 출렁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세를 장악하는듯 했던 지난 4일에는 주가가 21%나 떨어졌지만, 이튿날(5일)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자 주가가 다시 전날 대비 11%나 올랐다.


37년 차이인데… 같은 학교 출신이 인맥?

사실 이 회사와 바이든 후보 사이에는 특별한 인연이 없다.

굳이 접점을 찾자면 임준호(41) 대표가 미국 뉴욕주 시라큐스 대학을 졸업했다는 것뿐이다. 임 대표는 이 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했는데, 바이든 후보는 같은 대학 로스쿨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공이 다른데다 나이도 37년이나 차이가 난다. 임 대표가 태어나기도 전에 바이든 후보가 학교를 졸업하는 등 직접 관련이 없지만, 주식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들이 동문이라는 이유로 한성기업을 ‘바이든 테마주’로 분류한 것이다.

자동차 부품회사인 두올 역시 지난 5일 장중 한때 16%나 오르는 등 미 대선 기간 내내 주목 받았다. 이 회사 조인회(48) 대표가 바이든 후보가 학사학위를 받은 델라웨어 주립대 경제학과 출신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바이든 후보는 1965년 이 대학 사학ㆍ정치학부를 졸업했다.

선거철이면 뜨는 '옷깃주', '인맥주'

통상 선거철이면 특정 후보의 당선 기대치가 자연스럽게 주가에 반영된다. 이 과정에서 후보자의 공약과 가치관에 의해 수혜를 입을 기업 또는 후보의 친인척ㆍ지인 등이 운영하는 회사가 테마주로 거론된다.

예를 들어 바이든 후보가 우세할 때는 대표 공약인 친환경에너지 산업(태양광ㆍ풍력ㆍ수소) 회사가 큰 폭으로 올랐다. 심지어 그의 마리화나 합법화 공약에 국내외 마리화나ㆍ대마 관련 주까지 올랐다. 반대로 트럼프 재선 가능성이 높아지면 남북 경협 관련주와 기술주가 강세를 보였다.

급기야 시장에서 이를 뛰어넘어 전혀 관계없는 업종에도 무리한 해석을 더하면서 이른바 ‘옷깃(만 스쳐도 인연)주’ ‘인맥주’까지 등장하는 것이다.

앞서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깜짝 당선됐을 때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경영대) 동문이란 이유로 안랩, 써니전자 등 ‘안철수 테마주’ 주가가 1~3% 가량 올랐다. 한세예스24홀딩스 역시 김동녕(75) 회장이 와튼스쿨 출신인데다, 트럼프 대통령(74)과 나이 차이도 거의 나지 않아 ‘트럼프 테마주’로 주목 받았다.

전문가들은 실적과 무관하게 움직이는 정치 테마주의 경우, 이슈가 사라지면 주가가 단기간에 급락하는 만큼 투자자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특히 인맥주는 실체나 실적에 대한 분석 없이 시장의 관심을 끌기 때문에 변동성이 크다”며 “대선 수혜주는 공약과 정책을 바탕으로 한 업종 가운데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탄탄한 회사를 중심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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