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소동 홍남기, 역대 최장수 경제수장으로 반전?

입력
2020.11.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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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퇴 의사를 전했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청와대가 즉각 사퇴를 반려했다는 입장을 냈지만, 홍 부총리는 그 소식을 접하지 못하고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튿날 다시 국회를 찾은 홍 부총리는 사퇴 의사에 대한 진정성을 표시하며 이를 반려한 임명권자의 뜻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홍남시 사퇴 소동은 하루도 안돼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이를 두고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들까지 국무위원이 입법부를 우습게 보는 것이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임명권자의 뜻과 상관없이 스스로의 거취를 결정하는 듯한 모습이 정권 초라면 가능하겠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홍 부총리에 대한 재신임을 공개적으로 확인시켜 소동은 일단락됐지만 연말연초로 예상되는 개각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홍 부총리 사퇴 소동의 내막을 알아보기 위해 한국일보 정치부 국회팀과 청와대팀, 경제부 세종팀이 카톡방에 모였다.

나를 돌아봐(돌아봐)= 홍 부총리가 사퇴를 하려고 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정릉막걸리(막걸리)= 직접적인 계기는 주식 양도세를 부과하는 기준이 되는 ‘대주주’ 요건을 둘러싼 당ㆍ정 간 갈등이죠. 지금은 국내 주식 투자로 번 돈(양도차익)에는 세금이 안 붙습니다. 다만 특정 종목을 10억원 이상 들고 있으면 ‘대주주’로 보고 최대 33%를 세금으로 물리죠. 정부는 내년부터 이 기준을 3억원으로 낮추려고 했어요. 이미 2017년 당정 간 협의를 거쳐 결정된 정책이었죠. 그런데 최근 민주당이 마음을 바꿨습니다. 이른바 ‘동학개미’들이“3억원이 어떻게 대주주냐”, “주식시장이 고꾸라질 것”이라며 반발하자, 민주당도 ‘대주주 3억원’ 유보로 돌아선 것이죠. 결국 고위 당ㆍ정ㆍ청 회의를 거치며 당 뜻대로 10억원을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고, 이에 반대하는 홍 부총리는 “참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사의를 표명한 겁니다.

볼빨간 사십대(사십대)= 예고된 폭발이라는 반응도 있어요. 특히 정치권에선 여당과 기재부의 ‘힘싸움’에서 홍 부총리가 번번히 밀리면서 ‘불만이 임계점을 넘은 것’이라는 해석이 정설로 통합니다. 기재부 내부에서도 경제 수장으로서 ‘면’이 안 서고,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도 ‘이렇게는 못 한다’는 엄포를 내놓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어요.

소통관 오미자(오미자)= 지난 1일에 있었던 고위당정청 회의에서 홍 부총리는 “국무총리님과 민주당 대표님이 합의하셨으면 받아들이겠다. 그러나 제 생각은 변함이 없다”라고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기재부 수장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실상의 항명을 했고, 이미 이때부터 거취 생각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돌아봐= 홍 부총리가 처음 사퇴 의사를 밝히던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사표 반려 소식을 듣지 못한 홍 부총리와 기재위 소속 의원들간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면서요.

오미자= 3일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홍 부총리가 갑자기 사퇴를 언급하자 여야 의원들 모두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사표 반려 소식을 미처 듣지 못한 민주당 의원들은 홍 부총리를 향해 무책임하다고 질타하기도 했어요. 민주당 소속의 윤후덕 기재위원장은 “의원 질문도 없는 상태에서 기관장이 사의 표명을 스스로 밝혀서 의원님들이 애써 준비하신 정책 질의나 예산심의가 상당히 위축됐다. 위원회 권위에 안 맞는 행동을 했다”며 불쾌감을 내비쳤습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부총리께서 본분을 다하시기 위해 사직서를 내실 게 아니라 끝까지 원칙대로 대주주 요건 시행을 설득했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습니다.



돌아봐= 이런 소동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직접 홍 부총리 재신임 의사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홍 부총리를 향한 문 대통령의 신임이 강한 이유가 있나요.

마음은 콩밭에(콩밭)= 일단 눈으로 보이는 지표 때문일 텐데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도 경제적으로 선방을 했다는 게 정부 판단입니다. 여기에 더해 한국판 뉴딜을 통해 한번 더 도약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도 경제 수장에 대한 재신임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과거에 대한 평가와 미래에 대한 기대가 ‘재신임한다’는 말에 들어있는 것입니다. 문 대통령은 ‘사표 소동’이 일어난 다음날인 4일 내부 회의에서 ‘홍남기 부총리를 확실히 재신임한다’ 언급했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사의 표명 여진이 계속되자 5일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열어 “향후 경제회복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이끌 적임자로 판단해 사표를 반려하고 재신임을 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사십대= 홍 부총리는 사실 문 대통령은 물론 이낙연 민주당 대표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는 얼마 안 되는 경제 관료입니다. 정권 출범부터 국무조정실장과 경제부총리를 맡아 왔죠. 더 거슬러 올라가면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친노 핵심’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보좌관으로 일했던 인연도 있습니다. 민주당 인사 상당수가 기획재정부 관료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데, 홍 부총리는 ‘말이 통하는 관료’라는 게 여권 인식입니다. 전임 김동연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인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에 강하게 반대하며 청와대와 충돌했죠. 이에 반해 홍 부총리는 ‘덜 까칠한 편’ ‘소통이 가능한 경제관료’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돌아봐= 문 대통령 신임에도 불구하고 홍 부총리가 국회에서 거취를 내건 데 대해 여권 내부에서도 반발 기류가 감지되는 것 같은데요.

막걸리= 대다수 민주당 의원들은 그야말로 격양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가 진행되는 와중에 공개적으로, 그것도 국회 상임위에서 스스로 사의 표명 사실을 밝힌 것이, 고위 공직자의 적절한 처신이 아니라는 것이죠. 사실 당내에서는 오래 전부터 사사건건 당과 각을 세우는 홍 부총리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기류가 적지 않았어요. 한 중진 의원은 “당정청이 논의를 거쳐 정책이 결정됐으면 거기에 승복하고 집행하면 되는데, 부총리라는 사람이 생떼를 부리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죠.

오미자= 민주당 내부에서는 홍 부총리의 이러한 행동을 두고 "‘자기정치’하려는 욕심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다만 문 대통령이 재신임 사실을 알리고, 이후 홍 부총리가 “인사권자의 뜻에 맞춰서 직무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자 갈등은 봉합되는 분위기입니다.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은 “모두를 만족시킬 완벽한 정책은 불가능하다”며 “이인삼각으로 열심히 뛰자”라고 했습니다.



돌아봐= 이런 홍 부총리를 지켜보는 기재부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요.

세종 지박령(지박령)= 그 동안 정책 결정 과정에서 기재부가 여당에 끌려가는 모양새를 여러 차례 보여 왔는데, 올해 들어서는 그 정도가 너무 심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코로나 19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가 “이럴거면 그만두라 할 수도 있다”고 했던 것이 대표적인 경우죠. 홍 부총리는 그 이후로 여러 차례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해 왔었는데요. 직원들도 속이 터지는데 부총리는 오죽했을까 하는 반응입니다. 2년 가까이 직을 수행하면서, 또 올해 코로나19 대응까지 하느라 너무 지쳐있는 것 같다고도 생각하는 듯 합니다.

돌아봐= 연말연초로 예상되는 개각에서 홍 부총리 거취에 영향이 없을까요.

지박령= 장수 장관을 교체하는 이번 개각 대상에 홍 부총리도 포함돼 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하지만 관가에서는 오히려 이번 사의 표시와 이어진 문 대통령의 재신임으로 임기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경제부처에 홍 부총리만큼 믿고 맡길 만 한 후임자를 찾기 힘든 상황이라는 얘기도 들리고요. 어쩌면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윤증현 전 장관(842일)을 넘어선 최장수 기재부 장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콩밭= 홍 부총리의 ‘사표 소동’을 청와대 관계자들이 “일종의 해프닝으로 보면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재신임을 한 것으로 종료된 일이다”며 의미를 애써 축소하는 것도 홍 부총리의 심정을 이해하기 때문 아닌가 싶습니다. ‘경제 활력’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문 대통령의 선언도 경제 수장을 교체하기 애매하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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