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미국 대선 승리가 유력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양 갈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개표가 끝나지 않은 만큼 지지자들에게는 “진정하고 기다리라”며 ‘인내’를 강조하면서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반(反)트럼프 정책 신호를 잇따라 발신하는 등 차기 대통령으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쪼개진 민심 통합과 ‘준비된 지도자’의 면모를 동시에 부각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바이든 후보는 5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취재진과 만나 “대선 승리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자신감을 한껏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민주주의는 때로 지저분하고 어느 때에는 약간의 인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이든 후보는 또 “우리는 결과를 곧 알게 될 것”이라며 “미 대통령을 선출하는 이는 다른 누구도 아닌 유권자들”이라고 말했다. 개표 결과에 불복해 소송 위협을 남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민주적 절차를 중시하는 지도자의 자격을 강조한 것이다.
바이든 후보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불복 연설 후에는 트위터에 글을 올려 “누구도 우리로부터 민주주의를 앗아갈 수 없다. 그런 일이 일어나기에 미국은 너무 많이 싸웠고, 참아 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에둘러 비판했다. 다만 법정 다툼 가능성을 염두에 둔 듯 “선거 결과 방어를 위해는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선거캠프 모금 홈페이지를 게시하기도 했다.
승자 입장에서 정권 인수 행보에도 한층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캠프가 전날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든 인수위와 협력하지 않을 가능성을 상정하고 수개월간 계획을 짰다”고 전했다. 공화당 정부가 인수위에 주요 정보를 공유하지 않거나 재정을 지원하지 않는 등 ‘몽니’를 부릴 상황에 대비한 대책이 서 있다는 의미다.
바이든 인수위는 첫 작품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WSJ는 전했다. 전날 문을 연 인수위 홈페이지에는 “미국은 감염병에서 경기침체, 기후변화, 인종차별에 이르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으며, 인수위는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이 이끄는 새 행정부가 임기 첫 날부터 즉각 행동을 시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내용이 떠 있다.
바이든 후보 측의 주도면밀한 행보는 2000년 대선에서 법정 다툼 끝에 승리한 조지 W 부시 대통령 사례가 교훈이 됐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플로리다주(州) 재검표 관련 소송이 연방대법원까지 가면서 인수위를 가동할 시간이 과거에 비해 5주 가량 짧았지만 철저한 사전 준비로 별다른 잡음 없이 정권을 이어받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시 인수위 사무총장을 지낸 클레이 존슨은 “대선 1년 전인 1999년에 이미 우리가 할 일을 구상하고 있었다”면서 “승리를 알고 있는 것처럼 준비했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