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은 정해진 악보가 있지만, 누가 어떻게 연주하느냐에 따라 깊이와 선율감이 달라진다. 그 중에서도 작곡가의 즉흥적 악상에 따라 쓰인 즉흥곡 장르는 연주자의 해석 여지가 넓다. 즉흥곡이라 하면 쇼팽을 빼놓을 수 없는데, 쇼팽은 1834~1842년에 걸쳐 모두 4개(Op. 29, 36, 51, 66)의 즉흥곡을 썼다. 이중 4번(작품번호 66번)은 '즉흥환상곡'이라는 이름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꼽는 쇼팽 즉흥곡 연주자의 최고는 러시아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이다. 임윤찬은 "쇼팽 즉흥곡은 어릴 적부터 많이 쳐봤던 터라 익숙했는데, 우연히 선물받은 키신의 앨범을 듣고선 기절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건반의 터치에 그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섬세함이 들어있었다는 것이다.
임윤찬은 키신의 연주(https://youtu.be/a_Tm8-HzuxM)를 두고 "곡 자체의 아름다움과 서정성이 키신의 아름다운 해석을 만나 이보다 어떻게 더 좋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감동적"이라면서 "같은 연주자로서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했다.
임윤찬이 특히 좋아하는 건 즉흥곡 2번(작품번호 36번)이지만, 나머지 작품도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매력 넘친다. 임윤찬은 "나직히 이야기를 하다가도 강렬하고 뜨거운 열정을 보여주며, ‘낭만적’이라는 말로는 전부 설명할 수 없는 쇼팽의 복합적인 분위기가 있다"며 "구조가 어렵지 않고 선율이 뚜렷하기 때문에 부담 없이 편하게 들어보길 권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