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를 수놓은 패러글라이딩 군무

입력
2020.11.0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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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물안개 속에서 유유히 흘러가는 남한강의 풍광은 황홀경에 빠지게 한다. 여기에 더해 갑자기 나타난 형형색색의 패러글라이딩 군무가 더해지니 여기가 천상의 세계인가 착각하게 할 정도다.

하늘을 수놓은 패러글라이딩은 마치 비상하던 두루미 떼가 지상에 내려앉듯 우아한 몸짓으로 강변 둔치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어디서 나타났을까. 한참 동안 하늘을 응시하며 찾다 보니 또 다른 패러글라이딩 무리가 산하에 물든 단풍보다 더 화려한 색깔을 뽐내며 만추에 물든 산과 계곡 허리를 감아 돌고 있었다. 외마디 탄성과 함께 단풍과 어우러진 비행을 지켜보았다.

이 모든 풍경은 가을이 깊어가는 충북 단양의 남한강 변에서 볼 수 있다. 옥류봉을 비롯해 이름난 산봉우리들과 굽이굽이 흘러가는 남한강의 경치를 하늘에서 볼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하늘을 날고 싶은 마니아들이 전국에서 몰려오고 있다고 한다. 이른 새벽부터 시작된 패러글라이딩의 비행은 때마침 떠오른 해와 어둠 속에서 잠들어있던 단풍들 사이로 쉼 없이 날아다니며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되는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힘든 현실에 지쳐있는 사람들이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킨 것일까.




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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