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트럼프 패색 짙어지자 폭력 조짐 뚜렷

입력
2020.11.0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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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간서 트럼프 지지자 수백명 개표소 난입
트럼프 "민주당이 선거 훔치려 해" 선동 발언
주요 도시서 거리 폭력, 방화, 충돌 등 이어져

2020년 미국 대선 결과의 무게 중심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로 기울면서 당초 우려했던 폭력 사태 조짐도 뚜렷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개표 중단을 요구하며 개표소 난입과 방화를 시도하는가 하면,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트위터에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를 올리는 등 이번 대선을 부정선거로 몰아갔다.

트럼프 선거 캠프는 4일(현지시간) 북동부 경합주(州) ‘러스트 벨트’ 중 한 곳인 위스콘신에서 바이든 후보에게 역전 당하자 성명을 내고 “위스콘신 일부 카운티에서 결과의 유효성에 심각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부정행위 보고가 있었다”며 재검표를 요구했다. 위스콘신은 바이든 후보의 승리가 확정된 곳이지만, 두 후보의 득표 격차는 1%포인트 이내였다. 일간 뉴욕타임스 집계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49.4%의 득표율로 트럼프 대통령(48.8%)을 0.6%포인트 차로 눌렀다. 위스콘신주 주법은 두 후보의 득표 격차가 1% 이내일 때 재검표를 요구할 수 있다.

트럼프 측은 또 다른 경합주인 미시간주 개표와 관련해서도 일방적인 주장을 쏟아내며 패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사실 미시간에서는 비밀스럽게 폐기된 투표용지가 많다”며 “우리는 이 곳을 승리 지역으로 요구한다"고 썼다. 이어 “크게 이기고 있지만, 그들(민주당)이 선거를 훔치려 한다”면서 지지자들을 선도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그러나 트위터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리거나 공유한 글 중 일부가 선거절차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최소 6개의 게시물에 경고 딱지를 붙이거나 해당 내용을 가림 조치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거리로 나와 집단행동에 나섰다. 미 언론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지지자 200여명은 미시간주 최대 도시인 디트로이트의 TCF센터에 침입을 시도했다. 당시 TCF센터 내 개표소에서는 우편투표를 포함한 사전투표 용지를 개표 중이었다. 시위대는 건물 정문에서 경찰의 제지를 받았지만, 뒷문을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개표소 바로 앞까지 진입한 시위대로 인해 개표소 창문에는 합판 가림막이 설치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애리조나주 마리코파카운티 개표소에도 트럼프 지지자들이 들이닥쳐 “개표 중단” 구호를 외쳤다. 트럼프 대통령을 측근인 폴 고사 공화당 하원의원(애리조나)도 이날 시위에 참석해 "우리는 이 선거가 도둑맞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네바다주 클라크카운티 선거센터 주변에도 약 75명의 트럼프 지지 시위대가 등장해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시위에 앞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표 도난을 막아라(#StopTheSteal)’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집회 참여를 독려했다.

트럼프 측이 개표중단과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나서자 바이든 후보 지지자들도 맞불을 놨다. 이들은 뉴욕과 시애틀, 시카고 등 주요 도시에 모여 “모든 투표는 집계돼야 한다”며 가두행진을 했다.

양측의 시위는 결국 폭력으로 번졌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는 유리창이 깨지는 등의 소요 사태가 발생, 주 방위군이 배치되고 최소 9명이 체포됐다. 뉴욕 맨해튼에서는 방화를 시도하거나 쓰레기, 계란 등을 투척한 시위대 20여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뉴욕 경찰은 현장에서 화약류 무기도 회수했다. 이 밖에 로스앤젤레스(LA), 샌디에이고, 휴스턴, 피츠버그 등에서도 크고 작은 시위가 이어졌다.

트럼프 지지단체인 ‘프라우드 보이스’의 엔리케 타리오 단장 등 4명이 백악관 인근 거리에서 흉기에 찔리는 사건도 발생했다. 단체 회원들은 이날 새벽 워싱턴의 한 술집에서 대선 개표 방송을 본 후 귀가하던 길에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ㆍBLM)’ 단체 회원들로부터 흉기 공격을 받았다고 언론에 주장했다. 다만 경찰은 BLM과 범행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고, 해당 단체 역시 “프라우드 보이스의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현지 경찰은 용의자 3명을 추적하고 있다.

박주희 기자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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