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실시된 2020년 미국 대선에서 패색이 완연해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이 잇따라 재검표와 개표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선거 불복’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에도 간혹 시비가 붙은 적이 있었지만, 당락이 뒤바뀌진 않았다.
미 대선 역사상 가장 유명한 혼란 사례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앨 고어 전 부통령이 맞붙은 2000년 대선이다. 그 해 11월 7일 치러진 대선의 핵심 경합주(州)는 플로리다였다. 선거 당일 오후 10시를 전후해 플로리다가 고어 우세에서 경합 지역으로, 이튿날 오전 2시30분엔 부시 우세 지역으로 판정되면서 각 방송사는 부시의 당선을 선언했다. 고어 역시 부시에게 “결과에 승복한다”는 전화를 걸어 승부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잡음은 개표 마무리 단계에 터져 나왔다. 후보간 격차가 0.05%포인트 안으로 들어오자 플로리다주 법 규정에 의거해 자동 재검표에 들어갔고, 이 곳의 결과가 뒤집히면 대선 승자도 바뀌는 상황이 돼버렸다. 급기야 고어 측은 결과 승복을 철회했다. 표차는 불과 1,784표였다. 연방대법원이 재검표 중단을 결정하기까지 한 달여가 소요됐고 최종 표차는 530여표, 부시의 승리였다.
2016년 대선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주인공이 됐다. 클린턴 후보는 유권자 투표에서는 이겼지만 선거인단 수에서 밀려 다 잡은 대권을 놓쳤다. 그는 “고통이 오래 갈 것 같다”는 내용의 패배 연설을 했다. 하지만 질 스타인 녹색당 후보가 개표 집계가 의심된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위스콘신과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등 경합주 3곳의 재검표 운동을 시작했다. 위스콘신에서 트럼프가 0.8%포인트 차로 신승했으나 클린턴이 이길 경우 대선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댜. 클린턴 측은 재검표 운동 초기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 참여로 돌아섰다. 물론 승자는 달라지지 않았다.
1960년 대선에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에게 12만여표 차로 패배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도 결과에 승복했다. 당시 일리노이와 텍사스에서 부정선거 논란이 빚어졌고 닉슨 측 인사들이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것을 권유했으나, 그는 케네디의 당선을 축하 한다며 깨끗이 물러났다.
트럼프 대통령도 끝까지 결과를 물고 늘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그는 4일 트위터에 “우리 변호사들이 ‘의미 있는 접근’을 요구하고 있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는 글을 남겨 법적 다툼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개표 논란이 불거졌을 때 “재검표는 많은 시간과 돈만 낭비할 뿐, 결과는 똑같을 것”이라며 민주당을 비판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