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외교원장 "트럼프, 백악관서 버티다 쫓겨나는 모양새 될 수도"

입력
2020.11.05 10:19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CBS 라디오 인터뷰 
"내년까지 버티며 '희생자' 이미지 취할 것"

대선 개표에서 밀리자 곧바로 '소송전'에 돌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걸까.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미국의 차기 대통령 취임일인 내년 1월 20일까지는 혼란이 계속될 것이라 내다봤다.

김 원장은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금은 재검표 이런 것이 아니라 아예 개표를 중단시켰다"라며 "그러면 이게 왜 부정 투표고 사기인지 트럼프 대통령이 증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모든 국민을 납득시켜야 하는데, 미국의 헌정 질서가 걸려있는 만큼 아무리 지금 (연방대법원 구성이) 공화당계 우세라고 하더라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캠프는 4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개표 과정에) 의미 있는 접근이 허용될 때까지 개표를 중단해 달라는 소송을 미시간 법원에 제기했다"고 전했다. 주별 소송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최종 개표 결과를 연방대법원에 가져가겠다는 뜻도 확고히 밝힌 상태다.

이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 취임까지 백악관에서 버티다가 쫓겨나는 전략을 쓸 수도 있다는 것이 김 원장의 진단이다. 김 원장은 "법적으로 내년 1월 20일 0시까지는 (백악관을)비워줘야 한다"라며 "버티다가 쫓겨나는 모양새를 하게 되면 자기가 희생자라는 방식으로 이미지 관리를 하면서 계속 영향력을 과시할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연방대법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면서 대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김 원장은 "어떤 사람들은 남북전쟁 이후 내전이 일어나는 것까지도 (상상하고 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선동 (수준)에 따라서 그렇게 갈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제 딸이 둘 다 워싱턴에서 출근하고 있는데 걱정이 많다"며 "일단 출근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보다 "나쁠 건 없다"고 했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멈춰있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 원장은 "미국 측과 우리의 협상이 사실상 합의안에 도달했는데 비토를 넣은 것이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바이든이)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서는 자유로워질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고 했다.

대북 문제 역시 '전략적 무시'라는 입장을 취했던 오바마 정부와는 다를 것이라고 전했다. 조 원장은 "그때 북한과 지금의 북한은 다르다"며 "(북한이)이미 핵무장을 한 상황에서 방치와 무시를 계속할 수는 없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능력에 따라서 (미국)민주당은 들을 수 있는 귀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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