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4일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폐쇄 타당성 점검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를 “난센스”라고 지적하면서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지난달 20일 감사 결과가 발표된지 2주 만에 공개 저격한 것이다. 노 실장 발언은 사실상 ‘감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석돼,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논란이 다시 거세질 전망이다.
노 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가 청와대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월성1호기 감사 결과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은 무엇인가’라는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 질의를 받고 작심한 듯 발언했다. 그는 “월성1호기 조기폐쇄는 사실 경제성, 안전성, 국민수용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국가 에너지정책을 경제성만으로 평가, 감사한다는 것은 사실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난센스다"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감사원은 월성1호기 조기폐쇄 타당성을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경제성 측면에서 불합리한 측면을 지적했지만, 결정 자체의 타당성은 사실상 유보한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렸다.
감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노 실장 발언에 김성원 의원은 재차 “감사 결과가 난센스란 말인가요”라고 물었고, 노 실장은 망설임 없이 “네. 그렇다”고 확인했다. 그간 월성1호기 감사 결과에 대해 청와대는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감사 결과가 나왔을 당시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감사 결과에 대해서 더군다나 청와대 사안이 아닌데 저희가 입장을 내는 일은 없었다”며 답을 회피했다.
청와대는 국정감사 출석에 앞서 예상 질의에 대한 답변을 긴밀하게 조율한다. 따라서 노 실장의 이날 답변은 즉석에서 나온 것이라기보다는, 문재인 대통령 ‘의중’이 반영돼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최재형 원장에 대한 여권의 불만이 이미 수면 위로 드러났던 상황에서, 대통령비서실장까지 월성1호기 감사 결과를 비판에 가세하면서 감사원 독립성 논란은 또다시 점화될 전망이다. 이날 질의에서 김성원 의원도 “감사원의 권위가 무너지면 정부의 부정부패를 감사하는 과정에서 감사원의 ‘영’이 무너지지 않겠냐”라고 물었고, 노 실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날 노 실장은 최재형 원장 체제의 감사원에 대한 불만을 사실상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가 너무 많다. 효율적 운영이 필요하다’는 지적에도 노 실장은 “대통령 자문위원회는 청와대 소속이 아닌데, 감사원이 착각을 했다”고 감사원을 겨냥했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지난 9월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의 부실ㆍ방만 경영에 대한 내용을 담은 정기감사 결과를 발표한 데 대해 청와대의 불편한 심기까지 노출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