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변호사 "이춘재 증언 맥락부터 따져보고 말해야"

입력
2020.11.04 16:07
법정에서 이춘재 신문한 박준영 변호사
"사람을 그렇게 간단히 규정할 수는 없어"
"증언으로 그가 뭘 기대하는지 함께 살펴봐야"


화성 연쇄살인사건 진범 이춘재(57)를 신문한 박준영 변호사가 "이춘재 증언이 어떤 맥락에서 나온 이야기인지를 살펴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라며 "이춘재의 어제 증언 내용을 가지고 여러 가지 분석이 있는데 내용 중 사실과 거짓을 구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언 내용 중 사실과 거짓을 구분해야 하고, 사실도 어떤 맥락에서 나온 이야기인지를 살펴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곧, 증언한 내용에 대한 녹취문이 나온다"라며 "다시 살펴보면서 하나하나의 증언 의미를 경험을 토대로 말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이어 "저는 어제 질문을 직접 했고, 답변하는 태도도 함께 보았다"라고 했다.

그는 신문 이후 "성급하게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여러 언론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라고 설명하며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고민할 수 있게 꼼꼼히 정리해 보겠다"라고 밝혔다.


"사람을 그렇게 간단하게 규정할 순 없어"


박 변호사는 이춘재에게 질문하고 대답을 듣는 과정을 떠올리며 "답답한 부분도 있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많았다"라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그의 증언에 담긴 속내를 나름 예측할 수도 있었다"라고 했다.

특히 박 변호사는 "한 때 가석방을 기대하며 26년 동안 별 문제없이 수감생활을 해 온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제 증언도 그가 뭘 기대하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사람을 그렇게 간단히 규정할 수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춘재는 2일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 박정제) 심리로 열린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재판에서 19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초까지 경기 화성과 충북 청주 일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14건에 대해 "내가 진범이 맞다"라고 증언했다.

8차사건은 1998년 9월 당시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자택에서 박모(당시 13)양이 잠을 자다가 성폭행당한 뒤 살해당한 사건이다. 이듬해 범인으로 지목된 윤성여씨는 20년간 옥살이를 한 뒤 2009년 청구했다. 윤씨는 지난해 이춘재의 자백 뒤 재심을 청구했다.

박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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