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 발 ‘검은 돌풍’이 심상치 않다. 아프리카 말리 출신의 젊은 공격수 노우모리 케이타(19ㆍ206㎝)가 V리그 초반 판도를 지배하고 있다.
4일 현재 남자프로배구단 KB손해보험은 개막 4경기 전승 행진을 벌이며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KB손해보험이 개막 4연승을 거둔 것은 LIG손보 시절인 지난 2009~10시즌 이후 11년 만이다. 특히 4승 제물에는 지난 시즌 1위 우리카드, 올 시즌 최고 전력으로 평가받는 대한항공도 포함돼 있다. 지난 시즌 12연패 등 승리보다 패배에 익숙했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 중심에 케이타가 있다. 4경기 17세트를 소화하면서 163득점으로 득점 부문 리그 1위다. 이 부문 2위 바르텍(삼성화재)이 5경기 22세트(153득점)를, 3위 나경복(우리카드)이 5경기 20세트(123득점)를 소화한 점을 고려하면 ‘압도적인 1위’ 기록이다. 공격 성공률도 57.5%로 정지석(대한항공ㆍ60.8%)에 이어 리그 2위다.
무엇보다 외국인 선수의 가장 중요한 부문인 ‘오픈 공격’ 성공률이 53.2%로 역시 1위다. 리시브가 흔들렸거나 디그 이후 어려운 토스가 올라와도 득점을 내며 ‘리그 최고 해결사’ 역할을 했다는 뜻이다. 또 서브 득점 리그 3위(세트당 0.588개), 후위 공격 2위(60.0%) 등 외국인 선수가 꼭 갖춰야 할 주요부문에서 리그 최상위를 달리고 있다.
케이타의 가장 큰 무기는 상대 블로커를 무색게 하는 ‘압도적인 높이’다. 블로커가 타이밍을 잘 잡아도 블로킹 위에서 공을 때려 상대 코트를 쪼갠다. KB손보 구단에 따르면, 케이타가 스파이크를 위해 러닝 점프를 하면 지면에서 손끝까지 373㎝에 달한다. 그리고 제자리(서전트) 점프의 경우 지면에서 발끝이 무려 77.5㎝나 된다. KB손보는 7일 현대캐피탈과 경기를 치른다. ‘높이’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현대캐피탈 외국인 선수 다우디(25)와의 일전이 더욱 흥미로워지는 대목이다.
케이타의 또 다른 매력은 ‘흥’이다. 공격 득점에 성공하면 솟구치는 흥을 주체하지 못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지으며 손바닥을 얼굴 앞에서 흔든다. ‘아무도 날 막을 수 없다’는 의미를 담았다. 코트에서 아프리카풍의 춤을 추는가 하면 우사인 볼트의 번개 세리머니도 한다. 팀 사기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케이타를 드래프트 1순위로 지명한 이상렬 KB손보 감독은 “나이가 젊고 겁 없이 공을 때리겠다는 욕심도 많아 발전 가능성이 크다”면서 “아직 잘하는 날(훈련 집중력이 높은 날)이 (케이타 나이대로) 19%다. 그래도 19%에 걸리는 날은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케이타에 공격 점유율이 지나치게 높은 점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KB손보는 3일 삼성화재전에서 첫 두 세트를 내주며 패배 위기에 몰리자 3세트부터 케이타 점유율이 급격히 높아지기 시작했다. 3세트 69.7%에 이어 4세트 78.3%로 올라가더니 마지막 5세트에서는 무려 92.3%를 찍었다. 대놓고 케이타에게 공을 배달했다는 뜻이다. 물론 상대 집중 수비를 뚫어 낸 케이타도 대단하지만 자칫 ‘몰빵 배구’로의 회귀가 우려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