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할 형편이 안 되는 신생아들을 두고 가는 교회의 ‘베이비박스’ 부근에서 영아의 시신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3일 오전 5시 30분쯤 관악구 신림동 주사랑공동체 교회에 설치된 베이비박스 맞은편 공사 자재 부근에서 남자 아이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신고를 접수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교회 인근 폐쇄회로(CC)TV에는 전날 오후 10시 10분쯤 한 여성이 수건에 싸여 있는 영아를 베이비박스가 아닌 드럼통 위에 놓고 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드럼통은 교회 측이 마련해 둔 베이비박스 바로 앞에 놓여져 있다. 영아는 발견 당시 분홍색 수건에 둘러싸여 탯줄과 태반이 붙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사랑공동체 교회의 베이비박스에는 문을 열면 자동으로 울리는 벨이 설치돼 있어, 영아를 두고 가는 경우 교회 관계자가 곧바로 이 사실을 알 수 있다.
2009년부터 베이비박스를 운영한 이종락 목사는 "베이비박스까지 찾아온 걸 보면 분명 아이를 살리려 했던 것 같다"며 "그동안 1,800명의 영아를 받았지만, 영아가 사망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원래 드럼통 위에 있던 이 아이가 바닥에서 발견된 것으로 미루어 밤새 살아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고의가 아니더라도 과실치사의 가능성을 검토해 영아를 방치하거나 유기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라며 "주변 CCTV를 조회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