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봉황’ 품은 계기범 인천고 감독 “11월 2일은 ‘인고’의 날”

입력
2020.11.0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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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후 첫 봉황대기 우승에 모교 출신 신민재 '가을 영웅' 등극

“우리 동문끼리 얘기지만 11월 2일은 우리 ‘인고(인천고 줄임말)’의 날이었습니다.”

팀 창단 후 처음 ‘초롱 봉황’을 품은 계기범(50) 인천고 감독은 한껏 고무됐다. 2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막을 내린 제48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계 감독은 탁월한 지도력으로 모교의 첫 봉황대기 우승을 이끌었다. 전국 대회 제패는 2004년 대통령배 이후 16년만이다. 여기에 같은 날 인천고 출신 LG 신민재(24)가 프로야구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치고 영웅으로 등극하며 2일 하루는 계 감독 말대로 ‘인고의 날’이 됐다.

계 감독은 3일 본보와 통화에서 “동문들이 정말 많이 기쁨을 누린 하루였다”며 “쏟아지는 축하 인사에 기분이 너무 좋았고, 새삼 느꼈지만 주위에서 관심을 많이 갖고 계셔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감격적인 봉황대기 우승 이후 동인천중, 인천고에서 가르쳤던 제자 신민재의 소식까지 들었다는 계 감독은 “(신)민재 아버지도 야구를 했고, 인천고 선배였는데 축하한다는 연락을 줬다”면서 “민재와도 직접 통화를 하며 ‘너무 잘했다. 앞으로도 지금 같은 역할을 해주면 더 좋겠다’는 덕담을 해줬다”고 말했다.

인천 야구의 메카로 양승관 김경기 장원진 박진만 김재환 등을 배출한 인천고는 봉황대기 우승으로 긴 암흑기를 뚫고 인천 명가의 자존심을 되찾았다. 인천고 출신으로 89학번인 계기범 감독도 현역 시절 못다한 봉황대기 우승을 지도자로 모교에 안기는 감격을 누렸다.

1993~1995년 태평양, 1997년 현대에서 프로 생활을 했던 계 감독은 “그 동안 봉황대기와 인연이 없어 개인적으로 꼭 한번 우승하고 싶었다”며 “지난 1월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얼마 전에 찾아갔는데, 아버지가 우승을 도와준 것 같다. 워낙 야구를 좋아했고, 뒷바라지를 많이 해줬던 분이다. 생전에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해 죄송했고, 우승 후 많이 생각났다”고 털어놨다.

인천고의 우승 원동력은 서울고와 결승에서 선발 투수로 던졌다가 9회말 마무리로 나가 팀 승리를 지킨 대회 최우수선수(MVP) 윤태현(2년)의 역투였다. 하지만 계 감독은 9회말 1사 1ㆍ2루 위기에서 서울고 이승한(2년)의 안타성 타구를 그림 같은 수비로 병살타를 완성한 2루수 노명현(3년)의 활약을 더 높게 평가했다.

그는 “숨은 MVP는 노명현”이라며 “기록으로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수비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많이 해줬다”고 칭찬했다. 또 윤태현에 대해선 “2학년이지만 에이스로 좋은 공을 갖고 있다”며 “구속을 좀 더 늘리고, 변화구를 개발한다면 내년에 더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계 감독은 “프로 지명이 끝나고, 대학 수시와 상관 없는 대회라 우려했지만 3학년들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줘 고마웠다”며 “올해 봉황대기 우승으로 1,2학년들이 좋은 경험을 쌓았고, 투수력도 좋기 때문에 내년에 야수 부분만 보완한다면 대회 2연패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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