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군이 승달산 자락의 울창한 명품 숲을 훼손하면서까지 조성한 '만남의 길'이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이상한 도로'로 전락했다.
3일 무안군에 따르면 청계면 청수리(국도 1호)와 몽탄면 대치리(군도 34호)를 잇는 만남의 길은 도로 폭이 8m, 총 연장이 8.7㎞에 달한다. 군이 2016년부터 국비 179억원을 쏟아부어 새로 길(신설 구간 4.1㎞)을 내고, 기존 도로의 선형(0.5㎞)도 고쳤다. 군은 여기에 생태이동통로 70m와 쉼터공원 6곳을 추가로 만들어 지난 7월27일 개통했다.
개통 당시 군은 이 길이 농공단지와 목포대 등을 연결하는 교통과 물류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또 영산강과 승달산, 갯벌해안을 연계한 등산, 걷기, 자전거, 트레킹, 마라톤, 오토캠핑 등 다양한 체험 관광 프로그램을 도입하면 강, 산, 바다를 하루에 경험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관광명소로 떠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군은 특히 이 도로에 대한 수요 분석 결과, 하루 200대의 차량이 왕래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딴판이었다. 실제 차량 통행량은 손으로 꼽을 정도였고, 아직도 공사가 끝나지 않은 듯 도로에는 각종 건설 자재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도로 양쪽에는 워낙 오지이다 보니 휴대폰도 터지지 않았다. 도로 갓길엔 휴대폰 기지국 전력 공급용 전신주가 위태롭게 방치돼 교통사고 위험마저 도사리고 있었다.
또한 도로 개설로 울창한 명품 숲은 온데간데없고 잘려 나간 비탈면은 속살을 드러낸 흙이 흉물처럼 경관을 해치고 있었다. 이 도로는 워낙 경사도가 심하고 구불구불해 눈이 내릴 경우 한 달 정도 차량 통행을 중지시킬 게이트까지 설치돼 있다.
최근 이 도로를 다녀온 김모(54· 전남 목포시)씨는 "30분 가까이 차량이 한 대도 왕래하지 않은 이 도로가 꼭 필요한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며 "정말 이상한 도로였다"고 혀를 내둘렀다. 무안주민 정모(49)씨는 "도로 개통 후에도 부실공사 의혹이 불거져 군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며 "홍보 등 사후 관리도 중요한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영산강과 승달산을 연계해 하나의 관광 축으로 만들고자 도로를 개설했는데, 솔직히 타당성 측면에서는 할 말이 없다"면서 "홍보도 미흡했지만, 경관이 워낙 뛰어나 점차 이용객이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