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했다고 신고돼 보건당국이 조사한 결과 백신으로 인한 사망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 사례 보고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고령자 접종률도 회복되고 있어 불안감은 서서히 잦아드는 분위기다.
3일 질병관리청은 예방접종 피해조사반이 이날까지 신고된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 88명 중 83명에 대해 역학조사와 부검결과 등을 토대해 심의한 결과 이들 모두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이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심혈관계 질환, 당뇨 등 지병이 악화돼 사망하거나, 뇌출혈, 폐렴 등 다른 사인으로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5명은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독감 백신에 대한 공포는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먼저 ‘백신으로 인한 사망인 것 같다’고 보건당국에 신고하는 사례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만 70세 이상 노인 대상 무료 접종이 시작된 첫 주인 10월 19일~25일에는 1주일간 사망 사례 신고가 60건에 달했다. 당시 17세 인천 고교생이 백신 접종 후 사망한 것으로 신고된 후 백신에 대한 공포가 극에 달했던 때였다. 그러나 이 시기 질병청의 사망자 역학조사 결과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한 결과가 하나 둘 나오면서 백신과 사망 간의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이에 62~69세 노인 접종이 시작된 그 다음 주(10월26일~11월1일)에는 사망 사례 신고가 24건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달 2일에는 3건이 추가 신고됐다. 이처럼 사망 사례 신고가 줄어든 데 대해 이선규 질병청 예방접종관리과장은 “(사망 사례 신고가 가장 많았을 때는) 70세 이상 고령자들이 접종을 많이 했지만, 지금은 60대와 그외 연령에서 골고루 접종을 하고 있다"며 "고령층의 접종률이 떨어진 점도 요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령자 접종률은 주춤해진 상태다. 3일 기준 70세 이상은 대상자 567만여명 중 약 390만명이 접종해 접종률이 75.6%다. 무료 접종 시작(10월19일) 후 1주일 간 68.8%(10월26일)가 접종했지만, 최근 1주일 동안 접종률은 6.8%포인트 느는데 그쳤다. 백신에 대한 불안감의 영향도 있지만 접종 초기에 과하게 접종자가 몰렸던 영향도 있다. 당시 상온 노출·백색 입자 백신 폐기로 인한 백신 부족 사태, 독감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동시 유행에 대한 불안감 등 때문에 처음 이틀(10월19,20일)만에 70세 노인의 절반 정도(48.2%)가 예방접종을 했다.
62~69세 접종률은 70세 이상 노인보다 더디게 오르고 있다. 지난달 26일 접종을 시작한 이들의 3일 기준 접종률은 42.5%로 아직 절반도 예방접종을 받지 않았다. 지역적 특성 등으로 예방접종사업 시작 전에 미리 접종한 62~69세 노인이 10.6%였는데, 이 수치를 빼면 지난 1주일 동안 약 30%만 새로 접종한 것이다.
70세 이상 노인은 무료 접종 시작 첫 주에 10명 중 7명이 접종했지만, 백신 공포가 확산된 후 시작된 62~69세 노인 예방접종에서는 첫 주에 10명 중 3명만 접종한 것이다.
한편 이날 기준 6개월~12세 미만 유아의 접종률은 73.3%(1회 접종자 기준), 만 13~18세 청소년은 53.3%, 임신부는 36.9%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