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의 '보궐선거 식사정치'... 서울·부산 중진과 잇딴 회동

입력
2020.11.02 21:58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서울과 부산 중진들과 잇따라 회동하며 '식사정치'를 펼쳤다. 내년 4월 서울·부산 보궐선거을 앞두고 김 위원장이 당내 소통 보폭을 넓히면서 경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인물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서울 지역 원내외 중진들과 만찬을 가졌다. 김 위원장의 뜻으로 마련된 자리에는 권영세, 박진 의원과 김성태, 나경원, 김용태, 이혜훈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정양석 사무총장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함께 했다. 만찬 직후 김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우리가 어떤 자세로 임해야 승리로 이끌 수 있느냐는 의견을 집합해 보기 위해 만난 것"이라고 말했다.

자천타천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중량감있는 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이다보니, 자연스레 내년 선거에 앞서 김 위원장의 '후보 탐색전'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따른다. 김 위원장은 "참석하신 분 중에서 몇분이 서울시장 후보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며 "이번주 안으로 서울·부산시장 후보에 대한 경선룰이 확정되면 각자가 '내가 뭐를 해야 할지' 잘 아실 거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음 선거 후보로 '참신한 인물'을 줄곧 강조했던 김 위원장도, 내심 당내 인사의 분발을 바라는 뉘앙스의 변화가 있는 것이다.

잠재적 서울시장 후보들이 한 자리에 모인 이날, 김 위원장은 내년 선거에서 집값 등 부동산 문제, 세금 문제가 큰 화두가 될 것이라 보고 참석자들에게 탄탄한 대응 전략을 주문했다. 특히 "서울 시민들은 문재인 정부 정책 문제를 잘 알고 수준이 높기 때문에 잘만 하면 절망적이지 않다"고 격려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경선 룰에 대해서는 구체적 수치를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승리하기 위해서 당원 (경선 투표) 비율이 줄어드는 부분에 대해, 이해하실 수 있도록 잘 설득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이날 낮에도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서병수·조경태·김도읍·하태경 의원 등 부산 지역 중진의원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식사 정치'를 펼쳤다. 영남권 중진의원을 중심으로 당 비대위 퇴진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오찬에서는 보궐선거 경선 방식과 적합한 후보상에 대한 중진의원들의 의견 제시가 주를 이룬 것으로 전해진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부산에서 개최한 '시민 공청회' 의견들을 거론하며 "부산이나 서울이나 선거가 만만치 않으니 잘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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