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구팀이 지난 8월 콘서트장에서 실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실험을 통해 "'코로나 시대'에도 대형 실내행사를 열 수 있다"는 초기 결론을 내놓았다. 물론 확실한 환기장치와 마스크 의무 착용이 전제다. 코로나19와의 공존이 불가피한 '위드 코로나' 시대의 문화생활 향유 방안을 찾겠다는 취지의 이 실험은 시점상으로 야구장 관중을 대상으로 한 실험 강행으로 논란이 벌어진 일본에 앞선다.
'리스타트19'라는 이름으로 이번 실험을 설계한 독일 마르틴루터 할레비텐베르크대 연구팀은 지난 8월 22일(현지시간) 라이프치히의 한 대형 공연장에서 관객들이 바이러스에 얼마나 노출되는지를 분석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1만2,000명 규모의 공연장에 입장한 1,400명을 대상으로 세 차례 공연 때마다 마스크는 착용하되 관객 간 거리는 달리해 연구를 진행했다. 바이러스 전파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가상의 시뮬레이션 모델에는 코로나19 감염자 24명이 참석한 것으로 설정했다. 당시 이 실험에는 음성 판정을 받은 관객만 참석했지만 혹시나 모를 감염을 우려하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연구를 이끈 스테판 모리츠 박사는 "모든 참가자 간에 접촉이 일어나는 건 아니라는 연구가설이 사실로 확인됐다"면서 "핵심 조건을 갖춘다면 팬데믹(대유행) 중에도 대형 실내행사를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공연 이후 참석자들을 추적 관찰한 결과 새로운 감염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를 바탕으로 모리츠 박사는 대형 실내행사의 코로나19 예방 지침을 제시했다. 행사장 수용 인원보다 적은 인원이 참석할 것, 고정적인 사회적 거리 유지가 불가능한 스탠딩 콘서트는 열지 말 것, 공연장 매점 등에서 불필요한 접촉이 일어나지 않도록 음식물 섭취는 반드시 좌석으로 돌아와서 할 것 등이다. 입장 대기 중 접촉을 막기 위해 출입구를 최대한 많이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연구팀이 강조한 가장 본질적인 조건은 성능 좋은 환기시스템과 마스크 착용 의무화다. 독일 정부는 지난달 박물관과 극장 등 실내시설 환기시스템 개선 예산으로 5억8,000만달러(약 6,580억원)를 승인했다. 모리츠 교수는 "유효한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환기시스템 개선을 위한 재원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