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D-1] '가짜뉴스 확성기' 트럼프 트윗... "러시아보다 위험"

입력
2020.11.02 20:30
4면
게시글마다 1만7000회씩 공유
열성 팔로워 뒤 '트윗봇' 의혹도
"가짜뉴스 공급망 종착지 역할"

2016년 미국 대선판을 흔든 '러시아 스캔들' 이후 수사당국과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외세의 대선 개입을 막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런데 올해 대선을 목전에 둔 지금 미국은 적국에 의한 여론 조작·선동보다 국내에서 생산·전파되는 거짓 정보에 오히려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를 주도하는 '확성기'가 바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이 각종 '가짜뉴스'를 전파해 정치 토론과 선거의 신뢰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그레이엄 브루키 디지털포렌식 연구소장은 "선거 기간 트럼프는 허위정보의 가장 큰 촉매제이자 증폭기였다"면서 "국내 가짜뉴스의 규모와 범위는 러시아 등 적국의 공작에 비할 수 없이 크다"고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우편투표 관련 주장들이 대표적 사례로 지목됐다. 살균제 주입 발언부터 '우편투표=사기' 프레임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근거 없는 주장이 트위터를 통해 전방위로 배포됐다. 최근 코넬대는 "코로나19 관련 허위정보를 담은 언론 보도 중 40% 가량이 트럼프 대통령을 인용한 것이었다"고 분석했다. '선거 진실 프로젝트'는 투표 관련 가짜뉴스 중 20%가 트럼프 대통령을 필두로 한 20개의 보수 성향 계정에서 쏟아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이 '가짜뉴스 확성기'가 된 데에는 팔로워들의 역할이 컸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매달 평균 1,000개의 트윗을 올리는데, 각각의 글이 평균 1만7,000회 가량 공유되고 있다. 팔로워 870만명 중 특히 열성적인 500여명은 4~9월 새 트럼프 대통령의 모든 트윗을 거의 동일한 시간 간격을 두고 공유했다. 이에 일각에선 사람이 운영하는 게 아니라 자동 게시물 생성 프로그램인 '트윗봇(트위터+로봇)'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허위정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들어가는 경로가 되기도 한다. 일례로 극우매체 '게이트웨이 펀딧'은 9월 23일 '투표용지 한 묶음이 배수로에 버려진 채 발견됐다'는 근거 없는 보도를 했다. 곧바로 차남 에릭을 포함한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이 이를 공유했고, 이 기사는 24시간만에 리트윗 6만회를 기록했다. 일주일 뒤 트럼프 대통령은 TV토론에서 "내 이름이 적힌 투표용지가 강에 버려졌다는 보도가 있다"고 했다. 브루키 소장은 "트럼프는 주로 가짜뉴스의 최초 생산자가 아니라 공급망의 종착지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SNS 기업의 허술한 제재 역시 트럼프발(發) 가짜뉴스 사태에 일조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트위터는 익명 사용과 트윗봇 활용을 폭넓게 허용했고, 표현의 자유와 뉴스 가치 등을 들어 문제글 제재에도 소극적이었다. 거센 비판에 직면한 최근에야 트럼프 대통령이 게제한 가짜뉴스에 경고 딱지를 붙이기 시작했다. 케이트 스타버드 워싱턴대 교수는 "트위터의 조치는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팔로워들이 문제적 주장을 퍼나르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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