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국회의장 "한국과 아세안ㆍ메콩 협력 증진, 가교 역할 하겠다"

입력
2020.11.03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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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방문한 박병석 국회의장과 회담서 약속 
총리ㆍ당 서기장은 "韓신속입국 최우선 순위" 강조


응우옌티낌 베트남 국회의장이 2일 한국의 신남방정책을 적극 지지하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내 활동 강화를 위한 가교 역할을 약속했다. 4박6일 일정으로 베트남을 방문 중인 박병석 국회의장은 최근 베트남에서 발생한 역대급 수해에 애도의 뜻을 표하며 "베트남 농산물 수입 확대 등을 건의하겠다"고 화답했다.

낌 의장은 이날 하노이에 위치한 국회빌딩에서 박 의장 등 한국 의원 대표단과 회담을 통해 "베트남을 중심으로 아세안과 협력을 증진하려는 한국의 신남방정책을 환영한다"며 "베트남은 한국과 아세안 간의 다각적인 협력을 증진하는 가교 역할을 할 준비가 됐고 이를 적극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한-아세안 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조직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베트남의 첫번째 목표"라고 강조했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베트남이 한국 정부가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 성사를 추진하는 두 정상회의 개최를 위해 발 벗고 나서겠다는 뜻이다.

낌 의장은 최근 한국 정부가 외국 수교국 중 가장 먼저 30만달러의 수해지원금을 보낸 것에도 깊은 감사를 표명했다. 그는 "베트남 국가주석과 당, 국민을 대표해 한국의 뜻 깊은 선물에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 의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 중부 지방의 홍수로 인한 인명 및 재산 손실에 깊은 애도를 표했다"고 전하며 이른 시간 내에 수해 피해가 복구되길 기원했다.

박 의장은 "베트남 과일과 돼지고기 등이 좀 더 쉽게 한국으로 수출될 수 있도록 관계 당국과 협의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이 수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국과의 과일 및 육류 교역이 줄어들면서 어려움에 빠진 베트남 농가의 수출 활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취지다. 이어 그는 최근 중국-베트남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 대해 "남중국해의 평화와 항해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평화적 해결이 중요하다"는 원론적인 입장에 동의했다.

박 의장은 이후 응우옌쑤언푹 총리와 응우옌푸쫑 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 등 베트남의 최고 실권자들과도 비공개 회동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박 의장은 "경제ㆍ개발 협력의 정상화를 위해 한-베트남 간 특별입국절차 제도화 및 간소화 조치를 하고, 하노이ㆍ호치민ㆍ다낭 등 베트남 주요 도시의 정기항공편 재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푹 총리 등은 "간소화 절차가 시행되면 한국이 가장 먼저 적용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박 의장은 베트남 측에 △양국 관계 격상 필요성 △북한 개혁개방 유도를 위한 베트남의 적극적 역할 등을 당부했다.

앞서 박 의장은 베트남의 정신적 지주인 호찌민 묘소를 참배한 뒤 북부 박닌성 삼성전자 공장을 찾아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베트남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하고 경제성장도 유지하고 있는 나라"라며 "앞으로의 성장과 협력 잠재력 등을 고려해 삼성이 현지에서 신뢰받는 기업이 되도록 더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박 의장은 전날 하노이 인근 닌빈성 당서기를 만나 "이 지역에 진출한 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의 통관과 세무조사 등에 관심을 가지고 도와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베트남을 방문한 박 의장은 3일 하노이 동포 간담회 등을 마친 뒤 베트남 제2의 도시이자 경제수도인 호찌민을 방문한다. 그는 4일 호찌민 당서기와의 면담을 끝으로 5일 새벽 귀국할 예정이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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