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개편] 요양병원 대책 빠진 게 한계…"방역보다 경제 우선"지적도

입력
2020.11.0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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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방역 기조 확진자 최소화 → 사망자 최소화로
전문가들 '중환자 대응' 방역 기조에 대체로 긍정적
거리두기 단계 상향 기준 복잡... "국민 소통 고민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는 정부의 방역 기조가 180도 바뀌었다. 그동안 확진자 수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지만, 앞으로는 사망자를 줄이는 쪽에 무게를 둔다. 코로나19와 공존해 살아가야 하는 시대에 진입한 만큼, 종식이 아닌 유행을 통제하며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중환자 중심 대응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집단감염이 끊이지 않는 요양병원 등 취약시설에 대한 촘촘한 대책이 나오지 않은 것은 한계로 꼽았다.


감염 최소화보다 사망자 최소화 목표

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발표한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 방안’의 핵심은 “지속가능성”이다. 감염의 최소화보다는 사망자의 최소화가 목표다. 따라서 확진자 수보다는 중환자를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을 중요시하고, 이를 기준으로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한다. 또 서민들의 생계에 피해를 주는 시설 운영 중단을 자제해 사회·경제적 활동을 최대한 보장한다. 코로나19 장기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거리두기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고려한 결과다. 이제는 의료체계 여력 등에 따라 ‘감당 가능한 위험 수준’을 정하고, 그 이하로 코로나19 유행을 통제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정부 개편안의 토대가 됐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같은 방역 기조 변화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확진자가 하루 1,000명 발생해도 모두 젊은 사람일 때와 50명만 발생했지만 모두 고령자일 때 확진자 수는 의미가 전혀 다르지만 정부는 지금까지 확진자 수 중심으로만 방역을 해왔다”며 “많은 전문가들이 중환자를 중심으로 방역 계획을 짜야 한다고 조언해왔고, 의료체계 여력 중심으로 바꾼 이번 대책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요양병원 집단감염 이어지는데... 대책은 전수 검사뿐

하지만 요양병원 등 감염 취약시설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빠진 것은 가장 큰 한계다.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 운영되는 이 중소병원들은 감염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데다 고위험군인 고령자들이 밀집해 있는 시설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지속가능한 방역에 방점을 찍더라도 이 시설에 대한 촘촘한 방역 대책은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하지만 중대본은 ‘요양병원 종사자와 이용자를 전수 검사한다’는 계획만 내놨다. 전수 검사는 감염 여부만 확인할 수 있으며,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은 아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는 “현재 요양병원, 요양원 등의 의료기관에서 확진자가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거리두기와는 조금 다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요양병원 등에 대한 집중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한 번에 몇 십명씩 확진자가 나오는 병원 유행을 관리하기 어려워진다”고 조언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간병인들이 감염 교육 등을 제대로 받지 않은 상태에서 병원에 투입되는 실정인데도 정부가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손 위생 등에 대해 정부가 철저히 교육하고 관리해줘야 감염을 차단할 수 있는데 이번 대책에는 요양병원 등에 대한 대책이 없다”고 비판했다.


상향 기준 엄격해지고 복잡... "국민 소통 계속 고민해야"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중시하다보니 거리두기 단계 상향 기준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정했다는 의견도 일부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진자를 줄이고 통제했을 때 경제도 살아날 수 있지만 경제를 위해서 거리두기를 느슨하게 하면 환자가 급증하고 방역도 안 된다”며 “방역이 우선시 돼야 하는데 이번 개편안은 경제를 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천은미 교수는 “중환자 중심으로 거리두기 단계 세분화한 것은 동의하지만, 단계 상향 기준이 너무 급격히 올라간 것 같다”며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시설에서는 최대한 감염을 차단해야 하는데 체육시설은 2.5단계, 문화시설은 3단계가 돼야 운영 중단하는 것은 너무 늦게 중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단계 설정 기준이 지나치게 세분화되면서 국민과의 소통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기존에는 확진자 수에 따라 단계가 정해져 비교적 단순했지만, 앞으론 중환자실 병상 여력으로 감당 가능한 1주일 평균 일일 확진자 수를 핵심지표로 하고 60대 이상 확진자 수 등 7가지 보조지표를 검토해 단계를 정하기로 했다. 김우주 교수는 “기준이 단순하고 명확해야 국민들의 이해가 쉽고 소통이 잘 되는데, 새 기준은 정부가 자의적으로 결정할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기모란 교수는 “단계를 결정하는 기준이 복잡해지면서 국민이 거리두기를 방역당국의 일로만 치부하고 ‘나 몰라라’ 할 수도 있다”며 “국민과의 소통 부분은 계속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남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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