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심의, 국난 극복과 재정 건전성 모두 잡아야

입력
2020.11.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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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이번 주부터 한 달 일정으로 본격적인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착수한다. 556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은 미증유의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올해보다 8.5% 늘린 사상 최대 규모의 슈퍼 예산이다. 어느 때보다 꼼꼼한 심사가 필요하다.

국회 예산결산특위는 2일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4~5일 종합정책질의, 9~10일 경제부처 심사, 11~12일 비경제부처 심사를 진행한다. 16일부터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돼 사업별 감액ㆍ증액 심사가 시작될 예정이며,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은 내달 2일이다. 국회가 세입을 정하고 세출 계획을 심의하는 것은 세금을 내는 국민을 대표해 세금의 규모와 용처를 정하는 고도의 정치 행위다. 앞으로 한 달 동안 국회는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의무와 역할을 다해야 한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의 최대 뇌관은 21조원 규모의 한국판 뉴딜 관련 사업비다. 여당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적극적 재정 정책이 불가피하다며 원안 사수를 강조하는 반면, 야당은 재정 건전성도 중요하다며 ‘현미경 심사’를 예고하고 있다. 위기 극복과 재정 건전성 확보는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가치다. 여야 모두 국민을 대표한다는 자세로 균형 잡힌 시각에서 국민 혈세의 액수와 사용처를 따져야 한다.

특히 내년에는 서울시장ㆍ부산시장 등 대형 재ㆍ보선이 치러지고, 내후년 3월 대선을 위한 경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는 시점이다. 선거 유불리에 따라 특정 분야나 지역에 과도하게 자원이 배분됐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또 이번 예산은 반드시 경제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사업비는 더는 허용될 수 없다. 국회가 이 같은 책무를 방기한 채 이번에도 졸속 심사, 쪽지 예산, 나눠 먹기 같은 구태를 보인다면 용서받기 힘들다. 코로나19로 긴 고통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국민을 위한다면 이번 예산 정국만큼은 여야가 정쟁을 뒤로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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