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자축구와 여자농구의 슈퍼스타인 메건 러피노(35)와 수 버드(40)가 결혼을 약속했다. 이들은 3년 전 커밍아웃을 하며 미국 스포츠계 성소수자의 상징으로 불렸다.
버드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러피노가 무릎을 꿇고 자신의 왼쪽 손에 반지를 끼워주는 사진을 공개했다. 이에 AFP통신과 로이터,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 등은 러피노와 버드의 약혼 발표 사실을 보도했다.
두 사람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 처음 만나 교제를 시작했다. 1년 뒤인 2017년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버드는 2017년 7월 ESPN과 인터뷰에서 "나는 동성애자이고 메건이 내 여자친구"라며 교제 사실을 밝혔다.
버드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부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4회 연속 미국 여자농구 대표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세계선수권과 미 여자프로농구(WNBA) 우승을 네 차례나 달성한 여자 농구계의 대표 선수다.
러피노는 2012년 런던 올림픽 축구 금메달과 2015·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정상을 차지했다. 2019년에는 여자 월드컵 최우수선수와 득점왕을 석권했고, 발롱도르 여자선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러피노는 꾸준히 인종차별 반대 목소리를 내며 인권운동가로서 활약해 왔다. 미국 여자축구리그(NWSL) 시애틀 레인FC 소속인 러피노는 2016년 9월 4일 시카고 레드스타스와의 경기에 앞서 국가 제창 때 기립하지 않고 오른쪽 무릎을 꿇었다. 약 열흘 전인 8월 26일 미식축구리그(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콜린 캐퍼닉이 미국이 소수인종을 탄압한다며 경기 시작 전 국가 제창 때 기립을 거부한 데 대한 지지 표시였다.
러피노는 언론 인터뷰나 주요 시상식 때마다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발언을 해 왔다. 2019년 FIFA 여자 월드컵에서 최우수선수상을 받으며 "올 시즌 엄청난 활약을 한 라힘 스털링(맨체스터 시티)과 칼리두 쿨리발리(SSC 나폴리)가 인종 차별에 맞서고 있다. 정말 의미있는 변화를 원한다면 모두 인종 차별 주의에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달 프랑스 매체 레퀴프 매거진과 인터뷰에선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는 엄청난 인기를 사회문제를 위해 쓸 수 있다. 예를 들면 인종차별의 문제가 있다"며 "그들이 단순히 '흑인 생명이 소중하다'고 써진 티셔츠를 입으라는 말이 아니라 그들이 가진 엄청난 영향력이라면 세상를 바꿀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성차별 반대 운동을 벌이며 미국 정치권을 움직이기도 했다. 러피노는 남자팀과 임금 격차에 항의하며 3월 27명의 팀 동료들과 함께 미국축구협회를 상대로 '남녀 동일임금 지급'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이 5월 이를 기각하자 항소했다. 러피노의 행보에 '남녀 동일임금 지급'은 미국 대선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러피노는 당시 "우리는 평등을 위해 멈추지 않고 싸우겠다. 이 소식(기각)을 들은 것이 실망스럽지만 평등을 위한 싸움을 멈추게 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자신의 SNS에 "싸움을 포기하면 안 된다. 당장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내가 대통령이 된 뒤 월드컵 출전 지원금을 다른 곳에서 받게 될 것"이라며 러피노를 지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