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오랫동안 K리그1(1부리그) 1위를 지켰던 울산이 2년 연속 준우승의 고배를 마셨다.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최종전에 나선 울산은 광주에게 3-0 완승을 거뒀으나, 승점 3점 차로 앞서던 전북 역시 대구전 승리로 정규리그 일정을 끝마치며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이로써 울산은 보유하고 있던 K리그 최다 준우승 기록을 9회로 '셀프 경신'하며 178일간의 K리그1 일정을 마무리했다.
울산은 1일 울산 북구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0 파이널A 27라운드 광주와의 경기에서 3-0으로 이겼다. 동시에 진행된 전북-대구전에서 전북이 대구에 2-0으로 승리하면서, 울산(승점 57)은 전북(승점 60)에 3점 차로 우승컵을 내주었다.
울산은 우승과 연이 지독히도 없다. 특히 지난해 득점 수에서 단 1점 차로 뒤져 아깝게 8번째 준우승을 차지한 울산은 와신상담하는 심정으로 이청용(32)을 영입하는 등 국가대표급 선수단을 구성, 올해 우승을 정조준했다. 리그 초반 울산은 전북과 선두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했지만, 7월 들어 전북이 3경기 연속 무승(1패 2무)으로 주춤한 순간 치고 나가 1위를 탈환했다. 이후로 울산은 무려 15라운드(104일) 동안 선두를 빼앗기지 않았고, 한땐 전북과 승점 차를 5점까지 벌리기도 했다.
그러나 울산은 파이널라운드 시작과 동시에 연승 행진이 끊기면서 하락세가 시작됐다. 전북이 턱 끝까지 추격해온 25라운드에서 지난 시즌 준우승의 악몽을 선물했던 포항에 발목을 잡힌 게 치명적이었다. 아울러 울산의 주축 선수 비욘존슨(29)과 불투이스(30)까지 퇴장을 당하며 큰 위기를 직면했다. 공ㆍ수 주전 선수를 한 명씩 잃은 울산은 결국 사실상의 결승전이었던 26라운드 전북전에서도 패하며 올 시즌 첫 연패를 기록, 리그 2위로 추락해 다 잡은 우승을 놓쳤다.
울산은 전북이 최종전에서 패배하기 만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전북이 대구에게 지고 울산이 광주를 꺾는다면 울산과 전북의 승점이 같아져, 다득점에서 앞서고 있는 울산이 최종 우승자로 선정되기 때문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경기장을 찾은 팬들도 ‘너희의 가치를 증명하라 ‘ ‘기죽지마 희망은 있어’ 등 선수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들을 적은 현수막을 내걸며 승전보를 간절히 기원했다. 이날 문수축구경기장에는 총 3,478명의 관중이 찾았다.
이날 울산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라인을 끌어올려 광주를 강하게 압박했다. 광주도 탄탄한 수비로 응수하며 울산의 슈팅을 틀어막았다. 에이스 엄원상(21)이 호시탐탐 역습 기회를 노려, 울산 골키퍼 조현우(29)를 긴장하게 했다. 그러나 울산은 전반 중반 들어 순식간에 두 골을 꽂아 넣으며 승기를 잡았다. 전반 34분 골문 앞에 서있던 윤빛가람(30)을 향해 원두재(23)가 먼 거리에서 크로스를 보냈고, 윤빛가람이 이를 왼발로 찔러 넣으며 득점을 완성시켰다. 2분 뒤엔 신진호(32)의 패스를 받은 주니오가 시즌 26호골을 터트리며 2점 차로 앞서나갔다.
후반 들어 양팀 선수들은 다소 힘이 빠진 듯 득점 없이 공격을 주고 받던 가운데 울산의 쐐기골이 터졌다. 골문으로 쇄도하던 이동경(23)이 경기 막바지 강력한 왼발 슛으로 광주의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는 울산의 승리로 막을 내렸지만, 동시에 치러진 전북-대구전에서 전북이 2-0으로 승리를 거두면서 우승컵은 전북에게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