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초선 하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는 미국 진보정치의 상징과 같은 존재다. 2018년 중간선거 뉴욕주(州) 14선거구에서 당선될 때의 나이가 29세. 역대 최연소 여성 하원의원 기록이었다. 푸에르토리코계 이민자 가정 출신, 출마 전 직업은 웨이트리스와 바텐더, 미국식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미국민주사회주의자 모임' 소속이라는 이력도 화제였다. 민주당 아성인 뉴욕에서 10선 현역의원을 꺾은 당내 경선 이후 이름 첫 글자를 딴 'AOC'라는 이니셜로 불리며 일거수일투족이 뉴스다.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은 연소득 1,000만달러(약 113억원) 이상 부자들에게 세금을 70%까지 올리자는 부유세,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해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그린 뉴딜' 정책을 주창했다. 이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정책을 겨냥한 비판은 그나마 나았다. 공화당과 보수성향 매체는 그의 옷차림, 보스턴대 재학 시절 촬영했던 댄스 영상에도 시비를 걸었다. '이따위 젊은 여성이 어떻게 정치를 하느냐'는 조롱이었다. 2018년 당선 직후엔 그가 집값 비싼 워싱턴 시내 아파트를 구한다는 이유로 미국판 '강남좌파'라 비난하는 기사들도 나왔다. 심지어 공화당 하원의원 테드 요호는 그의 면전에서 욕설을 했다가 역풍을 맞기도 했다.
이번에도 꼬투리를 잡은 것은 그의 의상. "AOC가 잡지 배니티페어 12월호 커버스토리 화보 촬영에서 입은 의상 소매가격이 1만4,000달러(약 1,588만원) 이상이고 2,850달러(약 323만원)짜리 옷도 받았다"는 영국 데일리메일 보도가 출발이었다. 폭스뉴스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AOC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공격하는 동안 수천달러짜리 옷을 입었다"고 비꼬았다.
이에 AOC는 같은 달 30일 트위터에 "내가 빌린 옷이 잘 어울린다는 것 때문에 공화당원들이 매우 화가 나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공화당원들이 뷰티 포인트를 원한다면 기꺼이 공유할 테니 들어 봐. 팁은 물을 많이 마시고 인종차별주의자가 되지 않는 거야"라고 일갈했다. 그는 폭스뉴스 진행자 로라 잉그램의 비난 트윗을 언급하면서는 "로라, 당신이 화보 촬영을 해봤는지 모르겠는데 (촬영한) 그 옷들은 가져갈 수 없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자신에 대한 공격이 터무니없음을 유머와 재치로 비판한 것이다.
2020년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임기 2년 하원의원 선거에서 AOC는 재선이 유력하다. 앞으로도 '자칭 사회주의자' AOC를 향한 가십성 비판은 이어질 게 뻔하다. 한국의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꼰대'들의 저급한 공격에 시달리던 일이 답답했던 것처럼, '여성ㆍ진보ㆍ젊음'으로 대표되는 AOC의 수난사가 남 일 같지가 않다.